[경제가 힘이다③]반시장적 규제 이제는 바꿔야…기업들 기 못펴규제샌드박스 등 규제완화책 절실…경제전문가 "고집 센 정부 불안감 여전"총선이후 낙선 정치인 규제법안 통과 총대멜까 경제계 불안
  • ▲ 경제전망.ⓒ연합뉴스
    ▲ 경제전망.ⓒ연합뉴스
    올해도 경기 전망을 밝게 보는 시각은 찾기 쉽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유가 하락 등 국외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 환경도 악재만 잔뜩이다. 수출·생산·투자 모두 동반 하락하고 주요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더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인구감소와 노령화 문제도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경제학자나 전문가들의 견해도 비관론이 지배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실물경기는 더 심각하다. 자영업자들의 몰락, 극심해진 소득양극화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부동산가격 등 우리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점점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집권 후반기에 돌입한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경제정책들도 신통치 않다. KBS가 지난해 12월28~29일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5%가 '경제정책의 성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성과가 있었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뉴데일리 경제>는 누적되는 불황에 침식된 현재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탈출하기 위한 정책과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註>
  • ▲ 국회.ⓒ연합뉴스
    ▲ 국회.ⓒ연합뉴스
    올해는 총선이 있는 해다. 경제계는 이번 4·15 총선을 노심초사하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올해를 경기 반등의 모멘텀(계기)으로 삼겠다는 구상인 가운데 재계 일각에선 논란에 휩싸인 반시장적 규제들이 어수선한 총선 국면에 국회 문턱을 넘어 경제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정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는 올해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재부 시무식에서 "올해는 그동안의 정책이 결실을 보고 국민께 성과를 전달하는 매우 중차대한 시기"라며 "글로벌 경제와 우리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아져 경기회복의 흐름을 보여주리라 전망되는 만큼 반드시 경제 회복과 도약의 모멘텀을 살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성과 보여주기에 급급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악수를 두지 않을까 걱정한다. 20대 국회 끝에 논란이 되는 규제 위주 법안들이 얼렁뚱땅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5월 위기설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4월까지는 법안 처리가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면서 "5월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으레 총선이 끝난후 탈락자와 당선자가 혼재된 국회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며 "기업 경영을 제약하는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말도 안되게 통과될 가능성이 없지않다"고 부연했다.

    국회 돌아가는 사정에 밟은 한 소식통도 "떨어진 의원중에서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정책법안 통과를 위해 총대를 메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부 의원이 소위 소금을 뿌리고 가면 경제계가 반대하는 법안들이 얼결에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를 경제 회복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며 정책 체감에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하지만 정작 경제계는 기업활동을 위축하는 경제입법의 처리 여부를 두고 상반기 내내 불안감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11월20일 기업인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간 정책간담회에서 여과없이 드러난 이후 해가 바뀌었지만 달라진 게 없는 실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지나친 규제와 친노동정책으로 기업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업 경쟁력 저해 요인을 풀어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주 52시간제도(근로시간 단축) 시행과 상법·공정법 개정 추진,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기업 규제 강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확대 시도 등을 비판했다. 지난달 3일에는 경총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5개 경제단체가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업경영 간섭, 이대로 좋은가' 정책세미나를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 등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 ▲ 정부 신년합동 인사회 참석한 재계 인사들.ⓒ연합뉴스
    ▲ 정부 신년합동 인사회 참석한 재계 인사들.ⓒ연합뉴스
    재계 관계자는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먼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경연 설명으로는 현행 법령상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대기업차별규제만 해도 47개 법령에 걸쳐 총 188개에 달한다. 한경연 관계자는 규제샌드박스(금지할 것 외 모두 허용)와 관련해 "(규제를) 조금이라도 터주겠다는 것이니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문제는 몇몇 업체만 혜택을 본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경쟁이 일어날 수 있게 (규제 법안들처럼) 후속 법안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경제전문가는 시장경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긋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현 정부는 고집이 워낙 센 정부"라면서 "(태도 변화는 차치하고)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제 등 (그동안 논란을 일으켰던) 문제들을 깨끗하게 해결할 것 같지도 않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올해 경제전망과 관련해서도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가 완만하게 바닥을 칠 거라는 전망이 있으나 우리나라는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부진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면서 "경기 회복과 도약의 모멘텀을 정부가 나서 마련한다는 생각 자체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 제이(J)노믹스의 한 축을 이루는 혁신성장 지원과 관련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적잖다. 민간 정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국회 통과를 추진하다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만 봐도 규제를 풀고 플랫폼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혁신 의지를 의심케 한다"면서 "시장의 혁신 여부를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것은 반시장적인 포지티브 규제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