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만에 '부진' 표현 삭제…수출 감소폭 축소 '긍정'투자·제조업 부진이 발목…경기 회복 가시화는 아직
  • ▲ 반도체.ⓒ연합뉴스
    ▲ 반도체.ⓒ연합뉴스
    9개월 연속으로 한국경제가 '부진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 우려 수위를 한단계 낮췄다. 다만 제조업과 투자 부진은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9일 내놓은 경제동향 2020년 1월호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에 대해 "일부 지표는 경기 부진이 완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아직 우리 경제가 낮은 성장세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투자, 제조업 부진이 지속한다"고 언급했다.

    KDI는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경기를 '둔화'로 판단하다가 4월 이후 경고 수위를 높여 지난해 12월까지 9개월 연속 '부진'하다는 평가를 내놨었다.
     
    지난해 기재부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10월호에서 7개월 연속으로 수출·투자 등이 '부진'한 흐름을 지속한다고 평가하다가 11월호부터 '부진'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던 것과는 결을 달리해 이번 발표에 관심이 쏠렸다.

    KDI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지표들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 '부진'이란 표현을 뺐다"고 설명했다.

    KDI는 경기 진단과 관련해 광공업 생산이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반도체 생산이 큰폭으로 증가하고 선행지표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전(全)산업생산은 광공업생산 감소폭이 축소되고 서비스업 생산 증가폭이 확대하면서 전월의 마이너스(-) 0.2%에서 1.2%의 증가로 전환됐다. 자동차(-6.0%→-11.2%) 등의 감소폭이 확대됐지만 반도체(11.7%→30.9%)의 증가폭이 더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99.4)과 유사한 99.3을 기록했고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98.8)보다 소폭 오른 99.2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KDI는 소비도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봤다. 지난해 11월 소매판매액은 전월(2.0%)보다 높은 3.7%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소비자심리지수도 기준치를 웃도는 100.4를 기록해 완만한 개선 흐름이 예상된다는 판단이다.
  • ▲ 총수출(3MA), 일평균 수출(3MA) 및 수출물량지수(3MA).ⓒKDI
    ▲ 총수출(3MA), 일평균 수출(3MA) 및 수출물량지수(3MA).ⓒKDI
    특히 KDI는 그동안 경기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던 수출 감소폭의 축소를 눈여겨 봤다. 지난해 12월 수출액은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의 감소세가 둔화하며 전월(-14.4%)보다 높은 –5.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KDI는 제조업과 투자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조업은 생산 감소폭이 축소됐지만 재고율이 높은 가운데 가동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재고율은 116.3%로 전월(115.6%)보다 0.7%포인트(P) 높고 평균가동률은 71.8%로 전월(73.3%)보다 1.5%p 낮았다.

    11월 설비투자는 항공기 투자 등 일시적 증가 요인과 기저효과에도 보합에 그쳤고, 건설투자도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위축돼 있다고 판단했다.

    국제유가와 관련해선 이달들어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어 국제원유시장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 ▲ 주요 기관 2020년 유가 전망.ⓒKDI
    ▲ 주요 기관 2020년 유가 전망.ⓒK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