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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첸이 6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회사는 지난 16일 삼성전자 출신 박재순 신임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창업주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의 장남 이대희 전 대표는 지주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실질 경영에서 손을 뗀다.
박 신임대표는 가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 오스트리아 빈 지점장, 캐나다 법인장과 중국 사업 총괄자리를 거쳐 해외 사업에 특히 강하다.
이번 대표이사 영입은 쿠첸의 위기의식으로 해석된다. 그간 회사는 주력제품인 밥솥 시장 축소와 성장동력 부재로 하락세를 걸어왔다.
쿠첸은 지난해 상반기에 매출 1047억원과 적자 11억원을 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9% 감소했고, 적자로 전환했다. 사업상 어려움으로 반기실적 공시 직후인 2018년 6월에는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하기도 했다.
쿠첸은 연 매출 80%가 밥솥에 쏠려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식, 즉석식품 확대 등으로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추세다. 경쟁사 쿠쿠전자의 경우 일찌감치 가전 렌탈사업을 시작해 밥솥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최근 선보인 신사업 실적도 아직은 미미한 상태다. 쿠첸은 지난 몇 년간 밥솥과 원천기술이 같은 전기레인지를 제2 주요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기레인지 시장이 성장세에 있어 전망은 밝지만, 최근 매출 비중은 17%대로 존재감이 크지 않다. 2018년 출시한 유아가전 브랜드 ‘베이비케어’의 경우 비중이 1%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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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신임대표는 수출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 정체를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요 시장인 미국·중국에서의 거래선 강화는 물론, 인근 국가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쿠첸은 미국 교민 시장과 중국 등에 밥솥과 유아가전을 납품하고 있다.
신사업 발굴도 숙제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밥솥 시장이 하락세에 있는 만큼, 이를 타개할 신제품 발굴이 시급하다. 전기레인지·유아가전 등 앞서 내놓은 신규상품군의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즉석식품, 외식족 증가 등의 새 트랜드로 밥솥 시장이 축소돼, 쿠첸도 신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현재 가진 브랜드 인지도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국내 신제품과 외형 성장을 이끌 수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