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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기간이 만료되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가 책정을 두고 정부와 입주민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성남 판교, 수원 광교 등 시세가 폭등한 지역의 입주민들은 분양가 산정방식 변경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법에 따라 강행한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 판교 '봇들 3단지' 입주민들은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해당 단지 분양가격을 분양가상한제 선정 가격으로 정할 것으로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입주민들은 "2005년 5월 판교 봇들마을 3단지에 공급된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강행규정인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곳"이라며 "이에 따라 감정평가금액이 아닌 분양가상한제에 의한 산정가격으로 분양가격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택법과 임대주택법 어디에도 공공택지를 개발해 공급된 10년 공공임대주택을 시세에 의한 감정평가금액으로 분양하라는 내용이 없다"며 "법에 따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것만이 임차인들의 주어진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를 내면서 10년간 임차한뒤 거주하던 세입자에게 우선 분양권을 주는 제도다. 분양전환 시점에 감정평가를 기준으로 분양전환가격이 산정된다.
문제는 최근 몇년새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면서 분양전환 시기가 도래한 판교내 10년 공공임대아파트들의 분양전환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실제 판교 아파트 분양가는 2009년 당시 3.3㎡당 평균 1601만원에서 10년이 지난 지금 3308만원으로 두배이상 뛰었다. 이에따라 분양받기 위해 입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분양대금도 2배이상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봇들 3단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판교에서만 산운마을, 백현마을, 원마을 등 2018년부터 판교에서만 4000여가구가 넘는 10년 공공임대아파트가 분양전환됐다. 올해 분양전환 시기를 맞는 판교내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백현2단지 491가구(2월), 산운13단지 809가구(8월) 등 1300여 가구에 달한다.
앞서 백현8단지는 서울중앙지법에 분양전환절차중지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판교 원마을12단지 역시 가처분 기각에 대한 항고가 진행 중이다.
갈등의 핵심은 '분양전환 가격 책정 기준'에 있다. 5년 공공임대의 경우 건설원가와 분양시점 감정가의 평균값으로 산정하는 반면 10년 공공임대는 10년 경과후 분양전환 시점의 시세에 따른 감평금액으로 정한다.
입주민들은 5년 공공임대 방식이나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달라는 반면, 국토부는 줄곧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가격에 대해선 계약시 이미 분양가 산정 방식이 명시돼 계약조건을 인위적으로 변경하거나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제처 역시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가격 산정방식 변경에 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주택 시세가 오른 지역의 임차인은 혜택을 볼 수 있으나 주택 시세가 하락한 지역의 경우에는 임차인이 오히려 손해를 볼 우려가 있는 등 개정안의 공익성이 크다고 보기 어려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법을 개정해 소급 적용을 하게 되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제처의 의견이 있어 분양가 산정 방식 변경은 수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