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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업계가 결국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업계 2위 보람상조 중심의 대한상조산업협회가 공식 출범했기 때문이다. 1위 업체 프리드라이프가 이끄는 한국상조산업협회가 출범식을 가진지 약 한 달만의 일이어서 업계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모양새다.
대한상조협회는 30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출범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협회 고문인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 협회장 김옥권 한강라이프 대표를 비롯 회원사 23곳이 참석했다. 단체 주무관청인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과 할부거래과에서도 자리를 채웠다.
그간 업계는 1·2위 프리드와 보람이 따로 협회를 출범한 것을 상위 업체 간 ‘알력’으로 바라봤다. 이에 공정위는 이달 초 두 협회의 사업자단체 인가를 반려했다. 공정위는 양 단체의 통합을 권유하고 있다.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은 축사에서 협회 간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실상 한국상조협회에 손을 내민 것으로, 최근 대한상조협회 임원진은 통합 논의를 위해 직접 상대 단체를 찾기도 했다.
최철홍 회장은 “같은 산업 내 두 개 협회가 존재하는 것보다는 한 단체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의 이익을 떠나 산업 발전을 먼저 고려하는 자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쟁사 간 회원·영업조직 빼돌리기 등 그간 업계가 상생하지 못했다는 염려의 말씀을 깊이 새겨듣겠다”면서 “이번 협회 출범을 통해 업계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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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장 김옥권 한강라이프 대표도 축사를 통해 “협회는 업계의 정당한 이익을 대변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상조업 부실 원인인 회원·영업조직 빼가기 등의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협회는 5대 주요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그간 현안으로 꼽혔던 △모집인 등록제 도입 △공정경쟁규약 제정·시행 △취약계층 서비스 제공 △상조업 관련 제도개선 연구용역 △업계 상생도출 등이다.
협회는 보험업과 같이 ‘모집인 등록제’를 도입하면 업체 간 불공정 거래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상조업’ 등재, 중소기업적합업종 심사 청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번 출범식도 반쪽짜리에 불과했다고 지적한다. 협회 대표성과 목적성 확보를 위해서는 양 단체 통합 논의가 먼저라는 시각이다. 공정위 인가 탈락 등 현 상황에서는 양쪽 모두 공신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 협회 활동을 1·2위 업체 간 다툼, 상위 업체 중심의 편 가르기로 인식하는 시각이 다수”라며 “양 측 싸움에 휘말리는 꼴이 될까 업계 10위권 내 중견 상조사는 가입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 업계 이미지를 고려해 양 사가 화합을 주도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협회 인가를 위해서는 양 단체 통합과 목적성 확립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두 단체가 협의를 통해 통합 협회로 재출범한다면 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양 단체 모두 목적성과 대표성이 모호해 이달 초 인가를 반려했다”면서 “양 단체가 통합 협회로 재심사를 요청할 경우 공식 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