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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모두가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 등으로 여객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시장 침체로 모든 회사가 무급 휴직제를 도입했고, 업계에선 일부 LCC사의 매각설까지 흘러나온다.
LCC 업계는 이달 들어 지난해 실적을 연달아 발표했다. 12일 현재 실적공시를 마친 회사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이다. 세 회사는 나란히 수백억 대 적자를 냈다. 실적 발표를 앞둔 에어부산도 상황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LCC 맏형 제주항공은 지난해 329억원의 손실을 냈다. 9년 만의 대규모 적자다. 매출은 1조384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9.9% 늘었지만, 상승효과는 없었다. 티웨이항공도 비슷한 상황이다. 티웨이는 지난해 192억원의 적자와, 전년 대비 10% 늘어난 매출 8104억원을 냈다.
진에어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진에어는 지난해 491억원의 손실을 냈다. 매출도 전년보다 9.9% 감소한 9102억원으로 나타났다. 일본 등 주요노선 판매 부진에 더해, 신규 항공기·노선을 제한하는 국토교통부 제재 여파가 컸다.
발표를 앞둔 에어부산도 전망이 흐리다. 업계는 에어부산이 지난해 600억원 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한다. 앞선 3분기 누적 적자 359억원에 4분기 예상 적자 250억원을 합한 값이다. 업계는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비상장 LCC도 대규모 손실을 냈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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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현재를 전례 없는 비상사태로 인식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부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슈까지 터져 더욱 당혹스럽다. 이달 초(1일~9일) LCC 이용객 수는 100만명 수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164만) 대비 약 40% 떨어졌다.
일본을 대체 하던 중국 노선까지 막히자 업계는 직원 무급 휴가라는 대책을 내놨다.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은 현재 직원들에게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스타항공도 지난해부터 희망자에 한해 15일~3개월까지 무급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객실·운항승무원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최대 1개월의 무급휴가를 시행한다.
시장이 혼란하자 일부 LCC사의 매각설까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에 이어 또 다른 LCC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는 매각 가능성이 큰 업체로 티웨이를 지목한다. 당분간 업황 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담긴 풍문이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지연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지난 31일 이스타홀딩스와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2월로 연기했다. 본계약은 지난해 12월에서 올 1월, 다시 2월로 두 차례나 미뤄졌다. 업계는 현 시장 상황상 제주항공이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LCC 업계 관계자는 “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 의존도가 높은 LCC에게 지난해와 올해는 최악”이라며 “LCC가 주로 취항하는 국가에 온갖 악재가 겹쳐 활로를 찾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침체 속 올해는 3곳의 신규 LCC가 본격적인 영업을 앞두고 있어 과열 경쟁도 우려된다”며 “LCC 공급과잉과 시장 불황으로 수많은 항공사가 줄도산한 30~40년 전 미국의 항공 자유화 사태를 재현할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