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그린북 발간 "한국경제 긍정적 회복, 중국發 위기에 제약 가능성"14개월 만에 반등한 수출 다시 마이너스로, 관광객 줄고 내수 얼어붙어줄줄이 떨어지는 韓GDP 전망 "추세 길어지면 1분기 1.7%p 하락할 수도"
  • 중국발 우한폐렴(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한국경제 타격이 실물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반짝 반등했던 수출도 다시 하락세로 주저앉은데다 관광객 증가세가 주춤하고 내수 지표도 나빠지기 시작했다. 우한폐렴 파급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이번달에는 이 추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를 발표하고 "최근 발생한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지속기간에 따라 중국 등 세계 경제의 성장과 한국 경제의 회복 흐름이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전날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에 따른 경제지표 변화가 5년전 메르스사태보다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린북은 당장 현재의 한국경제 상황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올들어 D램 반도체 고정가격이 소폭 상승 전환되고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는 모습"이라는 진단이다.

    정부의 경제인식을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그린북이 한국경제를 긍정적으로 판단한 것은 11개월만이다. 지난해 4월부터 7개월 연속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연말에는 '성장제약'이라는 단어로 바꿨다. 또 전달에는 '조정국면'이란 말로 수위를 조절해왔다.

    정부가 '긍정적'으로 판단한 지표는 생산과 투자가 동반상승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올랐기 때문이다.

    그린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광공업생산은 기계장비(12.6%), 전기장비(8.9%), 자동차(3.4%) 씩 각각 증가하며 전월대비 3.5% 늘었다. 같은달 설비투자지수도 운송장비(15.7%), 기계류(9.1%) 등 전월대비 10.9% 상승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지난 2018년 2분기 이후 내내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덕분에 경기에 대한 소비자심리를 나타내는 동향지수(CSI)는 전월 대비 3.7포인트(p) 오르며 104.2를 기록했다. 소비자동향지수는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지표를 나타내는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한다.
  •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무사증입국제도 잠정 운영중단으로 제주도 리조트들이 심각한 매출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연합뉴스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무사증입국제도 잠정 운영중단으로 제주도 리조트들이 심각한 매출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연합뉴스
    2년 가까이 하락세를 지속한 지표 탓에 반등을 기대하는 기저효과로 전반적 경제상황은 '긍정적'이었지만, 우한폐렴이 시작된 지난달 하순 설명절을 전후해 나타난 부정적 기류는 감추기 어려웠다.

    먼저 수출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수출액은 107억 달러로 일평균 15억3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일평균 15억8000만 달러에 비해 3.2% 줄어든 수치다. 일평균 수출은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다 지난달(1월) 4.8% 반등에 성공했지만, 우한폐렴으로 다시 주저앉은 셈이다.

    경제상황에 가장 직접적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수도 얼어붙었다.

    국내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5.8% 감소했다. 지난 2018년 9월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설명절이 있었지만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대비 0.3% 감소했고 온라인 매출액 증가율도 1.8%p 하락한 3.3% 증가에 그쳤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백화점, 할인점 매출 감소 등 오프라인 경제활동 위축으로 지표의 부정적 흐름이 과거 메르스 사태 때보다 빠른 속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도 꺾였다.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 이후 꾸준히 30% 안팎을 유지하던 관광객 증가율도 23.8%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중국 주요지역의 봉쇄가 단행된 이번달 관광산업 지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 ▲ 기획재정부 홍민석 경제분석과장이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2월 최근경제동향 배경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기획재정부 홍민석 경제분석과장이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2월 최근경제동향 배경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잇따른 부정적 지표에 경기반등을 기대한 정부는 긴장된 모습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GDP) 목표치를 2.4% 성장으로 제시했지만 연초부터 터진 악재에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메르스사태 당시 한국경제성장률은 0.1%p 가량 하락된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번 사태는 그 이상의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임동민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중국내 수요충격으로 작용하면 한국도 대중국 수출감소로 올해 경기회복이 무산될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수요충격이 발생하면 GDP 성장률이 2.0%에 미달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도 우한폐렴에 따른 충격으로 한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대 1.7%p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2.5% 전망에서 1.5%로 대폭 하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