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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가 코로나19 탓에 사실상 폐점 상태에 들어가면서 주기료 감면과 유동성 긴급 지원 등을 외치고 있다. 생존이 걸려 있는 시급하고 절실한 아우성이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이 국제선 운항을 중단 또는 감축하면서 고사 위기에 놓였다. 실제 운항하고 있는 노선과 편수는 평소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코로나19가 끼치는 영향은 항공업계 역사상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를 가리지 않고 큰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3월 28일까지 중국 노선을 대폭 줄였다. 기존에 30개 노선, 주204회 운항하던 것을 10개 노선, 주57회 운항만 한다. 동남아 지역도 총 23개 노선, 주 269회 중이던 것을 9개 노선, 주45회로 감편한다. 각국 입국금지에 따라 몽골 울란바타르, 홍콩, 타이페이, 이스라엘 텔아비브(러시아 3월부터 예정)도 운항이 중단됐다.
아시아나항공도 중국 구이린, 창사, 하이커우 노선의 운항이 중단됐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칭다오 노선은 감편됐다. 몽골, 홍콩, 타이페이, 카오슝 노선도 운항을 못하고 있다.
LCC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제주항공은 중국의 경우 웨이하이를 제외한 모든 노선에서 운항이 중단됐다. 홍콩, 마카오, 대만 등에서도 비운항 및 일부 감편이 이뤄지고 있다. 베트남, 싱가포르, 일본, 홍콩, 괌/사이판 등 취항지에서는 한국인 입국 금지 및 격리조치가 진행 중이다.
진에어는 국제선 운항이 기존 29개 노선에서 7개 노선으로 줄었고, 3월초부터는 인천~칼리보, 부산~세부/오키나와/삿포로 노선도 중단된다. 국토부의 제재로 손발이 묶여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는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 됐다.
에어부산은 국제선 32개 노선 중 현재 4개 노선만 운항 중이다. 부산~후쿠오카, 부산~오사카, 부산~나리타, 부산~나고야 등이다. 티웨이항공은 중국 지역 전 노선(6곳)이 운휴 상태다. 마카오, 홍콩, 대만 노선 / 동남아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일본 일부 노선도 운항이 중단됐다.
이스타항공은 기존에 국제선 34개 노선을 운항했지만, 현재는 국제선 10개와 국내선 4개노선을 운항 중이다. 에어서울은 3월부터 예약 부진 노선을 추가 감편하고 운휴를 확대한다. 지난 1월 말부터 중국 노선만 운항을 중단했으나 3월부터는 일본, 동남아 노선도 운항을 중단한다.
결국 항공업계에서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를 향한 아쉬움과 간절함이 동시에 묻어난 외침이다.
일단 운항 중단으로 날지 못하고 지상에 있는 항공기에 대한 주기료 면제 또는 감면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A항공사 관계자는 “지금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는 항공기들에 대한 주기료 면제가 가장 급하다”며”이외에도 착륙료, 게이트 사용료 등 기타 공항시설 이용료 면제 및 감면, 유예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익이 나지도 않는데 가만히 앉아서 주기료를 비롯한 공항시설 이용료를 내는 것이 큰 부담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긴급하고도 전폭적인 금융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B항공사 관계자는 “FSC와 LCC를 가리지 않고 현재 모든 항공사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항공기 지방세 감면, 항공기 부품 무관세화, 부정기편 운항 지원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C항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LCC에 지원하기로 했던 3000억원 융자에 대해서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며 “기존에 국토부가 발표했던 지원 사항들을 조속히 지원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당장 임직원들 급여도 주기 힘든 항공사도 있는 만큼 정부의 유동성 지원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D항공사 관계자는 “당장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E항공사 관계자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힘든 상황이고, 언제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2~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항공업계는 모두 줄도산 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도 비슷한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정부가 밝힌 3000억원 융자가 신속하게 집행돼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주기료와 착륙료 면제 및 감면, 공항시설 임대료 감면, 국내선 항공유 관세 면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항공기에 붙는 지방세(재산세와 취득세)를 면제해야 하고, 항공기 부품 무관세도 내년이면 일몰이 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는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국내에서만 적용되던 불리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또 허 교수는 “현재 관광진흥개발기금이 수천억원 쌓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비용을 항공산업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싱가포르 정부는 항공업계의 고용 안정과 금융 지원을 위해 1억12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항공기 착륙 및 주기료, 지상 조업 지원, 시설 임대료와 화물 조업료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