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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이사회를 11인으로 대폭 확대한다. 기존 6명이었던 이사진에 금융·법률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사실상 조현아 연합의 비판을 반영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KCGI, 반도건설과 손잡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그룹에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며 회사의 재무구조를 지적해왔다. 양 측은 오는 27일 한진칼 주총에서 치열한 표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4일 이사회를 열어 신규 사외 이사 추천, 사내이사 연임과 신규 추천, 배당안 등을 담은 제 7기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했다.
한진칼은 현재 6명(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4명)인 이사회를 11명(사내이사 3명+사외이사 8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내이사엔 신규 후보 1명을 추천하고, 사외이사는 임기가 만료된 이석우 이사의 사임처리 후 신규 후보 5명을 추천했다. 한진칼 추천 인사가 모두 선임되면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73%다.
한진칼 이사회는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7명의 후보는 지배구조 개선, 재무구조 개선, 준법 경영을 이끌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라며 “조현아 연합이 제안한 후보 보다 전문성과 독립성이 뛰어난 후보로, 주주의 지지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후보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마련됐다. 사추위원, 컴플라이언스 위원 등 회사 자문단과 금융사 CEO 등 외부 인사로부터 추천 받았다. 특정 주주와 사업상 연관이 있는 후보는 추천과정에서 제외했다.
이사회는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도 의결했다. 임기가 남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도 자리를 지키며, 신규 사내이사로는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을 선임했다. 지난해 승진한 하 부사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5명이 추천됐다. 한진칼은 앞선 조현아 연합의 추천 이사진과 같이 여성 사외이사를 후보에 포함하기도 했다.
김석동 후보는 금융위원장, 재정경제부 차관 등을 역임한 금융·행정전문가다. 박영석 후보는 서강대학교 교수로 현재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임춘수 후보는 현재 마이다스PE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임 후보는 골드만삭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IB(투자은행)에 몸담은 바 있다. 최윤희 후보는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사법연수원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을 거친 법률 전문가다.
이동명 후보는 서울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현재 법무법인 ‘처음’에서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진칼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안도 결정했다. 보통주는 주당 255원, 우선주는 주당 280원의 배당을 지급한다. 이는 전년도와 동일한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이다.
한진칼 이사회는 관련 법령에 따라 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 주주연합의 주주제안도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다만 연합 측이 함께 제안한 전자투표제는 이번 주총에 적용되지 않는다.
한진칼 이사회는 “전자투표제의 취지는 주주불참으로 인한 의결 정족수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주총과 같이 참석률이 높은 경우는 불필요하고, 시스템 해킹 등 보안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대한항공 이사회도 개최했다. 대한항공 주총도 한진칼과 같은 27일에 개최한다. 대한항공도 기존 8명인 이사회를 9명 체재로 확대한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정갑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박현주 SC제일은행 고문 등 3인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임기가 만료된 2명의 사외이사(안용석, 정진수)는 사임 처리하고, 임기가 남은 3명의 기존 이사는 자리를 지킨다. 추천 인사 선임 시 대한항공 사외이사는 기존 5인에서 6인으로 늘어난다.
사내이사에는 임기가 만료되는 우기홍 사장과 이수근 부사장을 재추천 했다. 각 후보 재선임 시 임기 잔여자를 포함해 총 사내이사는 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