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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경영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때 아닌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5일 외신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민생당 채이배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장관에게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 정치권 외풍이 자칫 조원태 회장 흔들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채이배 의원은 최근 프랑스 검찰에서 확보한 내용을 공개했다. 에어버스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대한항공의 A330 기종 10대 구매 대가로 고위 임원에게 1500만 달러(약 188억원)의 리베이트 지급을 약속했고, 실제로 2010년 200만 달러, 2011년 650만 달러, 2013년 600만 달러 등 세 차례에 걸쳐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채 의원은 “에어버스가 대한항공뿐 아니라 세계 유수 기업들에 항공기를 납품할 때 리베이트를 했고, 고위 임원들이 약 18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영국에서도 같은 사건으로 조사를 했으니 국제적인 협조를 얻어 비자금 또는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 반드시 수사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추 장관은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본 후 수사가 가능한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초 프랑스 현지에서 관련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직접적으로 대한항공을 지목한 외신은 거의 없고, 한국이라는 국가명 정도만 언급됐다. 즉, 프랑스 검찰에서도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채 의원이 대한항공으로 사실상 지목하면서 관련 내용을 터트린 셈이다. 그러면서 한국 검찰에서 수사를 하라고 압박한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채 의원이 지금 같은 예민한 시기에 굳이 국회에서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한 이유와 그 배경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오는 27일 한진칼 정기주총을 앞두고 조현아 등 3자연합과 조원태 회장 간에는 치열한 신경전과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채 의원은 지난해 故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반대를 주장했던 인물로, 주총장에 직접 참석하고 의사 발언을 하기도 했다. 때문에 채 의원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등으로 이뤄진 3자연합(주주연합)과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실제로 채 의원의 의혹 제기 이후 3자연합은 입장자료를 통해 “이와 같은 심각한 범죄 행위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에서 발생한 것에 대해 분노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이러한 범죄 행위에 관여된 인사들은 즉시 물러나야 하고 새로 선임될 이사진에 포함돼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했다.이어 “리베이트의 엄정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주주들간 경영권 대결 구도에서 정치권과 검찰 등이 개입된 또 다른 프레임으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리베이트 의혹 관련해 대한항공 측에서는 “사전에 알지 못한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조원태 회장의 한진 입사 시점과 리베이트 지급 약속 시점은 큰 차이가 있다. 리베이트 지급을 약속한 1996년부터 2000년까지에는 조원태 회장이 한진에 몸을 담기 전이다. 조 회장은 2003년 8월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했고, 대한항공에 합류한 것은 2004년 10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