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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몰렸지만, 대한항공은 한진그룹의 경영권 다툼에 갇혀 해법 찾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전을 대비한 사모펀드를 비롯한 외부세력들은 결국 시세차익, 배당 등 본인들이 원하는 실리를 챙기면 출구전략을 쓸테고, 결국 대한항공만 골병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한진칼 정기주총을 앞두고 조현아 등 3자연합과 조원태 회장 간의 지분매입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3자연합은 조현아 6.49%, KCGI 17.68%, 반도건설 13.31% 등을 더해 총 37.48%까지 한진칼 지분을 늘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제외한 KCGI와 반도건설이 추가 지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반도건설은 향후 지분을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원태 회장 측도 백기사인 델타항공이 지분을 13.98%까지 늘려 우호지분이 43.23%(사우회 3.8%, 카카오 2% 포함)까지 늘어났다.
물론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우호세력 측이 총 36.48%를 보유하고 있다. 反조원태 세력 측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KCGI 17.29%, 반도건설 8.20% 등 총 31.98%이다.
즉, 이번 정기주총에서 표대결을 위한 양측 지분은 이미 결정된 상태다. 다만 이처럼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것은 정기주총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조현아 등 3자연합 입장에서는 정기주총에서 패할 경우 임시주총을 열어 추가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도 이를 대비하기 위해 델타항공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성부 KCGI 대표는 “임시주총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정기주총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다”라고 밝혔다. 당시에는 호언장담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정기주총 이후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한진칼 경영권 다툼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조원태 회장이 당장 항공업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올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영권 방어도 중요하고, 위기 극복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는 민간기업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뚜렷한 해법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조현아 등 3자연합의 끊임없는 공세와 여론전에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결국 실리를 챙기고 떠날 외부세력만 도와주는 꼴이 되고, 남아 있는 대한항공만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여기에 정치권에서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칼 경영권 다툼이 장기화될 경우 결국 대한항공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실질적으로는 임직원들과 주주들만 외부세력들에 의해 휘둘린 꼴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