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미성·크로바조합, 최근 설계안 변경한 조합·집행부 해임재건축 조합원, 정보·소통 중시하는 젊은 세대 중심으로 개편집값 상승에 부동산 관심 늘어 사업 지연에도 의견개진 '뚜렷'
  • ▲ 서울 아파트 전경. ⓒ 뉴
    ▲ 서울 아파트 전경. ⓒ 뉴
    서울시내 재건축사업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우한폐렴) 확산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는 가운데 조합 내부 갈등까지 심화되고 있어서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조합은 지난 7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 이사, 감사 등 집행부 9명 해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재적조합원 1408명중 738명(서면결의서 포함)이 투표권을 행사했고 조합원 96%이상이 집행부 해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조합은 기존 시공자인 롯데건설과 계약은 유지하고 새 집행부만 다시 꾸리기로 했다.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는 1980년, 1983년 입주한 곳으로 지난 2016년 통합 조합 설립을 인가받고 재건축을 추진중이다. 기존 11개동 1350가구를 14개동 1888가구로 건립하는 사업이다. 현재 조합원 이주는 모두 끝났고 오는 8월까지 철거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사업지연이 다소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미성·크로바 조합원들이 집행부 교체를 단행한 이유는 조합원들의 동의없이 설계안을 변경한데서 비롯됐다. 

    기존 집행부는 설계변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울시 특별건축구역 지정에 따른 혜택은 받아들였으나 시공사가 제안한 특화설계를 포기하기로 했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서울시의 주장에 따라 도로변 아파트 높이를 최저 6층으로 낮추고 초소형 임대주택을 넣기로 한 것이다. 대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용적률은 종전 276%에서 300%로 상향조정되는 혜택을 받게 됐다.

    문제는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합원의 동의를 충분히 구하지 않고 기존 집행부가 임의적으로 일을 처리해 내부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도시 및 주거정비법에 따르면 설계안 변경시 조합 총회를 거쳐야하는데 이같은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충분한 설명없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결국 기존 집행부가 해임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같은 분위기는 강남권 재건축사업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업지연이 불가피함에도 목소리를 내는 조합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역시 시공자인 롯데건설이 아파트 층수를 28개동에서 25층으로 바꾸는 재정비 촉진계획변경안을 제시했으나 시공자 교체 필요성은 물론 기존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건설의 설계안 변경으로 사업 지연 등 조합원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집행부가 건설사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집행부 임원들은 공문 등을 통해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입장이나 내부 조합원들은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성·크로바 조합장 및 기존 집행부 해임 사례를 참고해 내부에서 힘을 모아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같은 의견은 둔촌주공 등 다른 사업장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세대와 상관없이 부동산 관심이 전체적으로 높아졌고 소통을 중시하는 젊은 조합원들이 많아지면서 정비시장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

    강남에서 재건축사업을 진행중인 A조합의 한 관계자는 "서울집값이 크게 올랐고 부모 명의의 아파트를 자식이 증여받아 조합내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며 "조합장은 60대, 70대가 많은데 30대, 40대 조합원이 늘면서 의견 제시도 적극적이고 갈등도 불거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옛날보다 정보공유가 철저하고, 소통도 투명하게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나 내부 갈등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금융비용 부담은 물론 시간상 손해도 볼수 있어 내부 화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