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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IS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조 회장 연임을 찬성하는 권고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며 오는 27일 한진칼 정기주총을 앞두고 영향력 있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조원태 회장 손을 들어주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와 해외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3일 국민연금의 대표적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고객사에 발송한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보고서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의 사내이사 신규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조현아 등 3자연합이 제안한 후보에 대해서는 ‘불행사‘를 권고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최근 회원사에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송했다. 하은용 부사장에 대해서도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조 회장과 하 부사장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경험과 경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한진칼이 내세운 5명의 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해서는 이사회 구성원이 6~10명이 적정하다며 일부만 찬성했다. ISS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대한 사외이사 신규 선임에 찬성을 권고했지만,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와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 변호사에 대해서는 경험이 중복되는 후보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는 6명(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한진칼이 총 11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8명)으로 확대한다는 안건을 상정한 상태다.
특히 ISS는 조현아 등 3자연합이 제안한 이사회 후보 7명 중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전 SK 부회장)에 대해서만 “과거 다른 회사 경영 경험 등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찬성 의견을 냈다. 나머지 6명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3자연합이 제안한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는 김신배 의장을 비롯해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기타 비상무이사) 등 4명이다. 이 중 김치훈 전 상무는 조원태 회장과 현 경영진 제체를 지지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 공과대학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이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영향력은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정기주총 표대결에서도 나타났다. 글래스루이스,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이 대체적으로 엘리엇 제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현대차그룹이 엘리엇과의 싸움에서 압승을 거뒀다. 결국 지난 연말쯤 엘리엇은 보유 중이던 현대차그룹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여겨 볼 대목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지난해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故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반대를 권고했다. 이를 토대로 국민연금은 수탁위 논의를 통해 반대표를 던졌다. ISS도 조양호 회장 연임에 반대 의견을 냈었다. 결국 조양호 회장의 연임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율이 11.6%로 2대주주였고,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투자자들의 의결권에 큰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이 2.9%로 많지 않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등 주주연합간의 표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승패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우호세력 측이 총 36.48%(대한항공 사우회 3.80% 포함)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주연합은 총 31.98%(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KCGI 17.29%, 반도건설 8.20%)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등 주주연합간의 정기주총 표대결은 사실상 조 회장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확보한 지분율이 많은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외국인투자자들의 표심을 좌우할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조 회장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