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위기대응 동기의 핵심은 ‘직업의식’과 ‘안전한 근무환경’코로나19 대응에 관한 명지병원 직원 제2차 인식 조사 결과
  • ▲ 음압격리병실 치료가 진행 중인 명지병원. ⓒ명지병원
    ▲ 음압격리병실 치료가 진행 중인 명지병원. ⓒ명지병원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직원 4명 중 약 3이 자신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과 감염 시 입게 될 심각한 피해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지병원(이사장 이왕준)은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팀과 함께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명지병원 의사, 간호사, 보건직, 행정직 등 1300여 명을 대상(응답률 40.5%)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를 16일 밝혔다. 

    조사결과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3.4%가 보통, 22.7%는 높다고 응답, 전체의 76.1%가 감염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었다. 특히 간호직의 감염가능성 위험인식은 79.6%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이에 앞서 지난 2월 6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1차 조사결과(35.5%) 보다 무려 40.6%P가 증가한 것으로 지역감염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병원내 감염에 대한 증폭된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자신이 감염될 경우, 건강영향이나 각종 피해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절반에 가까운 46.6%가 심각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일상의 변화 정도(0점 안전한 정지, 100점 전과 그대로)에 대해서는 69.7%가 ‘상당한 변화’(0~40점)라고 답했는데, 이는 지난 1차 조사 때 45% 보다 24.7%P가 증가, 감염 확산에 따른 업무량 증가와 업무재배치 등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명지병원 직원들은 자신의 일터인 병원에 대한 높은 우려도 드러냈다. 병원 내 감염확산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8%, 업무 증가는 76%, 병원의 사후책임은 68%가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환자 치료 결과에 대한 우려는 46% 수준으로 낮았다. 

    특히 확진환자 입원 치료로 인한 환자감소에 따른 병원 경영 악화에 대해서는 73%가 우려를 표한 반면 외부시선과 병원의 평판에 대해서는 60%가 우려하지 않는다고 답해,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 치료에 앞장서는데 병원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감염병 위기상황이 초래한 조직과 업무 관련 스트레스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명지병원이 국가지정 음압격리병동을 유지하고 감염병 유행시 확진 환자를 받는 것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는 직원 87.3%가 찬성의견을 보였다.

    이에 대해 개방형으로 답한 찬성의 이유로는 ‘병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므로 우리 병원이 해야 한다 ▲이미 운영하고 있으므로 유지한다 ▲명지병원의 경험과 기술로 잘 치료할 수 있다 ▲자부심,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 등이었다.

    국가지정 격리병상 운영의 반대 이유로는 ▲불안감이 커진다 ▲직원 업무가 과중되는 반면 돌아오는 보상이 없다 ▲직원 감염의 위험성이 높다 ▲민간의료기관으로서 꼭 해야 하는 일인지 의문이다 등이었다.

    이와 함께 감염병 유행의 상황에서 본인이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중요한 동기 한 가지(개방형 문항)에 대해서는 ▲직업의식 ▲안전한 근무환경 ▲가족 ▲월급, 생계유지 등을 들었다.

    설문 설계와 분석을 담당한 유명순 서울대 교수는 “의료인과 기관의 헌신에 응원을 보내는 것은 사회적 연대감을 높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치료와 안전을 담당하는 의료 인력과 기관의 추가 노동과 노력을 ‘전사’나 ‘천사’의 이미지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즉각적인 안전강화와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는 시스템 없이는 위기대응의 후진성을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메르스를 겪으면서 직원들이 받는 감염병 스트레스에 대해 잘 알게 됐다.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 하는 전략이 결국 조직만족도(직장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을 알았다. 감염병 유행시기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이 태도를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