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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경영권 다툼을 주도하는 조현아측 주주연합이 장기전 채비에 나선 모습이다. KCGI 강성부 대표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걸음 더 나아가 “델타항공에 한진칼 지분을 블록딜로 팔라고 제안했다”고 했다.
한달 전인 지난달 20일 기자회견과는 180도 바뀐 모습이다. 당시 강 대표는 “임시주총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정기주총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27일로 예정된 한진칼 정기주총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태세를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자연스레 정기주총 이후 곧바로 임시주총 소집요구 등에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ISS 등 국내외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의결권 자문사들은 최근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을 찬성하는 권고안을 냈다. 2.9%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도 자문사들의 의견에 동조할 전망이다.
의결권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측 37.15%, KCGI 등 3자연합 31.98%로, 사실상 정기주총 표대결 승부는 기울어진 상태다. 물론 카카오의 보유지분 매각 및 의결권 포기 여부, 반도건설이 제기한 한진칼 보유주식 의결권 보장 가처분 신청 등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현재상태로는 불리한 형세라는 분석이 많다.
이같은 사정을 잘아는 주주연합측은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이후에도 꾸준히 매집에 나서 현재 40.12%까지 지분율을 늘렸다.
3만여명에 달하는 한진그룹 내부 구성원들의 비토 분위기도 주주연합측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노조와 전현직 임직원 대다수가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 체제를 지지하고 있다."투기자본인 KCGI와 결탁했다"는 반감이 여전하다. 최악의 항공업황에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마당에 헛심만 쓰고 있다는 화살도 주주연합측을 향하고 있다.
말 바꾸기가 이어지는 마당에 향후 경영참여 안하고, 구조조정도 안하겠다는 주주연합측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진그룹 노조 관계자는 “강성부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처음부터 투기자본인 KCGI가 말하는 것들을 믿지 않았지만, 이렇게 말을 뒤집으니 더 확실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KCGI 홍보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전략이 바뀔 수 있다”며 “여러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3자연합 법률대리인은 같은 질문에 “확인해보겠다”고 했지만 답변을 주지 않았다.
KCGI 등 3자연합이 생각하는 장기전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추정된다.
우선 정기주총에서 패할 경우 준비과정 및 총회를 문제 삼아, 법원에 무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정기주총 결과는 무효가 되고 임시주총이 열려 다시 표대결을 할 수 있다.
지난 19일 KCGI가 한진칼 측이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해 일부 주주들에게 상품권 등을 제공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고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안들을 이유로 정기주총 결과를 무효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번째는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주주가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할 수 있어 이 조건을 충족하는 3자연합이 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이사회에서 임시주총 개최 여부를 판단해 수용 또는 거부할 수 있고, 거부 시에는 3자연합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임시주총이 개최될 수 있지만, 명분없는 요구는 인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임시주총에서 3자연합이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한진칼 측 이사들에 대한 해임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한진칼 정관상 이사해임은 특별결의에 해당돼 출석주주의 3분의 2 찬성 및 찬성 주식수가 발행주식수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통과가 쉽지 않다.
임시주총에서 이사 추가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한진칼 적정 이사수를 6~10명이라고 밝힌 점 등을 감안하면 이것도 녹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