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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가 다음 주 연달아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올해는 굵직한 이슈로 시즌 전부터 업계 안팎의 관심이 컸다. 이번 시즌에는 한진 계열 대한항공, 진에어와 HDC현대산업개발로 매각을 앞둔 아시아나 주총 안건이 특히 눈길을 끈다.
업계는 오는 25일 진에어와 제주항공 주총을 시작으로 시즌을 연다. 같은 주 27일에는 대한항공과 지주사 한진칼, 아시아나와 에어부산 주총이 예정돼있다. 다음 주인 30일에는 티웨이항공이 총회를 갖는다.
한진칼과 같은 날 주총을 여는 대한항공의 주요 안건은 ‘이사회 강화’다. 조원태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경영권 분쟁을 의식한 움직임이다. 조 전 부사장은 그룹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7명의 사내·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주총을 통해 기존 5명인 사외이사를 6명으로 늘린다. 안건 통과 시 8명이었던 이사진은 9명으로 늘어난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는 금융·경제전문가가 주로 추천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처럼 여성 후보 한 명도 함께 제안했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는 정갑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박현주 SC제일은행 고문 등 3인이다. 사내이사에는 임기가 만료되는 우기홍 사장과 이수근 부사장을 재추천했다. 각 후보 재선임 시 임기 잔여자 포함 총 사내이사는 3명이 된다.
오는 25일 주총을 여는 진에어도 ‘이사회 강화’를 주요 안건으로 삼았다.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현 한진칼 전무)의 불법 등기임원 논란과 국토부 제재를 의식한 움직임이다. 1년 7개월째 신규 항공기·노선 확보가 막힌 진에어는 제재 해제를 위해 국토부 주문을 안건에 담았다.
국토부는 진에어에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요청했다. 진에어는 전체 이사진의 4분의 1로 명시했던 사외이사 비율을 50%로 늘리는 내용을 안건에 올렸다. 진에어는 주총을 통해 사외이사 2명과 사내이사 2명, 감사위원 1명을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이사회 내 ‘거버넌스 위원회’도 설치해 의사 결정권을 확대한다.
진에어는 이우일 국제복합재료학회장, 정중원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임기가 만료된 남택호 회계사와 박은재 변호사는 재선임해 총 4명의 사외이사를 갖춘다. 신규 사내이사는 김현석 인사재무본부장, 정훈식 운영본부장을 선임한다.
올 상반기 HDC로 주인이 바뀌는 아시아나의 주총 안건도 관심사다. 아시아나는 자사 부사장 출신 최영한 아스공항 대표를 신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한다. 업계는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HDC가 주요 경영진을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냈지만, 당분간은 현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영진 교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업계는 인수가 마무리되는 4~5월 중 HDC를 주축으로 임시주총을 개최해 일부 경영진을 교체할 것으로 내다본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회사 상황상 금융·기업구조조정 전문가를 우선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 전(全)임원이 제출한 사표를 HDC 측이 선별적으로 수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앞서 아시아나 전체 임원은 코로나19 대책으로 사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