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진행 중" 항변 불구 인수 포기설 여전히 회자인수금융 8000억 잠잠… 유증 계획 대비 800억↓ 내달 7일 차입금 납기… 산은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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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매끄럽지 못하다. 애초 탄탄한 자금력을 갖춰 순탄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좀체 속도가 나지 않는다. 인수 중 발생한 코로나19 변수는 딜 환경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HDC의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인수 포기설은 여전하고  다른 한축인 미래에셋대우가 느끼는 부담도 상당하다.

    HDC 측은 “모든 절차가 정상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씻기엔 충분치 않아 보인다. 최악의 업황 속에 인수금융 추진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HDC의 자금 마련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지난 13일 완료한 유상증자는 예정했던 4075억원보다 800억원 적은 3207억원에 그쳤다. 총 인수대금 2조5000억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8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계획은 아직 논의 조차 없다.

    그사이 아시아나의 시가총액은 절반으로 깎여나갔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전 노선이 멈춘 상태다.지난해 손실이 전년(-350억원)의 10배를 훌쩍 넘는 4654억원을 기록한 것도 치명적이다.

    아시아나 주가는 24일 현재 2790원으로 총주식가치는 약 6228억원이다. HDC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 12일(주당 6580원) 가치인 1조4688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HDC가 인수가로 써낸 2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사상 최악의 업황이 이어지다 보니 차라리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하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가 오갈 정도”라며 “내외부 환경이 딜 초기와 크게 달라진 데다, 지난 5~6개월 동안 영업 손실 등으로 재무구조가 더 나빠져 HDC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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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에서는 이번 딜을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철회 사례와 연관 짓기도 한다. 지난 2008년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결국 포기했다. 인수 희망가 6조3000억원에 맞춰 산업은행에 보증금 3150억원을 지급한 후였다.

    반면 이번 위기로 HDC가 유리한 조건을 점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항공업 전반이 어려운 만큼 정부 지원이나 매각가 재협상 등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초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제주항공은 당초 제시액 695억원보다 150억원 적은 545억원에 회사를 사들였다. 산은과 수은은 제주항공에 2000억원의 인수금융까지 지원한다. 업계는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등 남은 절차도 평소보다 순탄할 것으로 내다본다.

    HDC는 산은 측에 차입금 납기 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HDC는 아시아나 유상증자(약 1조4700억원) 확보 금액을 산은과 수은 측 차입금 상환에 투입하기로 했었다. 금액은 1조1745억원이며, 납기는 다음 달 7일이다.

    남은 기간은 대략 2주. 하지만 최근 HDC는 산은에 차입금 납기 연장과 1조원 규모의 신용보강, 여신 지원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특혜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거래 지원에 보수적이었던 산은의 입장변화가 주목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당장 HDC가 매각을 포기할 경우 산은 등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최근 업계 내 다른 M&A가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만큼 HDC의 거래도 다른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