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연루… 뜻밖의 암초한국 ·중국 결합심사 통과 했지만 전망 불투명HDC "인수 정상 진행 중"… '조건 협상' 카드 쓸 수도
  • ▲ ⓒ 아시아나항공
    ▲ ⓒ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길을 잃었다. 인수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움직임이 수상스럽다. 겉으론 "인수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지만 석연치 않다.

    의도된 '만만디'가 회자되는 이유다.

    아시아나는 최근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계열 에어부산이 '라임펀드'에 200억원을 투자했다가 170억의 손실을 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호사가들은 HDC 입장에선 좋은 '구실'이 생겼다는 평이다. 이른바 ‘셀프 자금 조달’ 의혹이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 IDT는 라임자산운용과 각각 300억씩을 출자해 600억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해당 펀드 운용사는 지난해 3월 아시아나가 발행한 850억원 규모 영구채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계열사가 '라임'을 거쳐을 모회사에 300억원을 빌려준 상황인 셈이다.  현행 상법은 상장사가 주요주주, 특수관계인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자연스레 전문가들은 해당 이슈가 딜 추진에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뷰 포인트는 과연 금호와 아시아나가 이같은 사실은 ‘사전 인지’  했는 지 여부다. 거래에 줄 영향을 염려해 알고도 숨겼다면, 불발 책임을 모두 뒤집어 쓸 수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매각자가 인지한 위법 행위와 대규모 손실을 인수 측에 알리지 않았다면 이는 법적 거래해지사유가 된다”며 “이 경우 불발 과실이 매각자에게 있어, 인수 측이 계약금 반환 등에서 유리할 수 있다. 매각자는 협상 과정에서 인수자에게 모든 정보를 고지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난데없는 금호그룹은  펄쩍 뛴다. “해당 건은 운용사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아무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HDC가 아시아나 인수 보증금으로 넣어둔 돈은 2500억이다. 인수를 중도 포기한다면 고스란히 날릴 처지다. 하지만 HDC로서는 좋은 구실을 만났다. 한국과 중국의 결합심사승인과는 별개로 이미 딜 하차를 결정하고 계약금 환수를 위한 법적 검토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다.

  • ▲ '라임사태' 관련 집회를 갖는 금융노조 ⓒ 연합뉴스
    ▲ '라임사태' 관련 집회를 갖는 금융노조 ⓒ 연합뉴스

    항공업계는 일찌감치 ‘딜 무산’을 점쳤다. 불과 5~6개월 사이 외부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비롯된 최악의 업황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9일 종가 기준 아시아나 주가는 3670원이다. HDC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지난해 11월 12일 주가 6580원의 딱 절반 수준이다. 5개월간 증발한 시가총액만도 1조에 달한다.

    이달 7일 예정했던 유상증자를 연기한 중대 사유였다. ‘양 측 합의 일까지’로 공표했지만 '포장'을 떠올리는 측이 훨씬 우위다. 더욱이 그 시한이 무기한이라고 하니 '차라리 포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출범 때부터 고락을 같이했던 측은 몹시 못마땅하다. 조종사까지 나서 항공 티켓을 팔던 때에 대한 기시감이 있다.

    "닉값이 얼만데" "버터라 아시아나" 등 댓글이 넘쳐난다.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HDC는 “인수를 정상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다. 유상증자도 해외 기업결합심사 지연으로 미룬 것일 뿐, 완료 후 정상 진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HDC는 한국과 중국, 미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에 결합심사를 냈다. 국내와 중국에서는 심사를 통과했다.

    HDC 관계자는 “유상증자, 해외결합심사 등 모든 절차를 정상 진행 중”이라며 “라임 연루 관련 거래 종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거꾸로 읽으면 밝힐 입장이 있어야 한다. 포기는 아니더라도 거래조건 재협상의 빌미로는 더할 나위가 없다.

    거래 주도권을 쥔 HDC의 풀이 커졌고 매각가를 필두로 항공업 회생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에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는 금호와 채권자 산업은행은 신속한 마무리를, 팔리는 아시아나도 하루빨리 모기업 콤플렉스를 덜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HDC의 목소리가 가장 클 것”이라며 “HDC 주장대로 인수 의지가 확고하다면, 자사를 제외하고는 딱히 다른 인수자가 없다는 점을 무기로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