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업황 속 '아시아나 딜' 새 국면산은·금호 '수세' vs HDC '우위'1조5000억 차입금 상환 연기 카드도
  • ▲ ⓒ 아시아나항공
    ▲ ⓒ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이 새 국면을 맞았다. 최악의 업황 속에 계약금 2500억을 날릴 처지에 놓였던 HDC가 다시 칼자루를 쥔 모양새다.  2조5000억 짜리 딜을 깨기엔 정부도 산은도 금호도 모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에 내몰렸던 HDC는 뜻밖에 거래조건 변경 카드를 행사하게 됐다.

    17일 업계는 HDC-미래에셋 컨소시엄과 금호산업, 산업은행이 아시아나 매각조건을 일부 조율할 것으로 내다본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이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어 애초 조건으로는 딜 클로징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HDC와 미래에셋은 2조5000억원을 인수가로 제시했다. 2조원은 HDC가 나머지는 미래에셋이 부담하는 구조다. 중간에 닥친 코로나19는 인수 후 손익분기 달성시점과 필요비용 등 HDC 측 고려사항을 모두 다 바꿔 버렸다.

    M&A시장에선 인수포기설이 쑥 들어간 대신 다양한 조율안이 거론된다. 우선 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 영구채 출자전환이다. 산은과 수출입은행 보유분으로, 두 기관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가 발행한 5000억원의 영구채를 매입해 자본을 확충했다.

    영구채는 만기 없이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이다. 현재 아시아나는 이자 7.2%를 꼬박 내고 있다.  HDC는 영구채를 아예 두 기관 보유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매년 나갈 수백억 대 이자를 줄이고, 국책은행을 주주로 두려는 양수겸장 전략이다.

    차입금 상환 연기 조건도 언급된다. HDC는 아시아나가 양 기관에 빌린 차입금 1조1745억원을 인수 직후 상환할 계획이었다. 여기에 이달 초 아시아나가 추가 차입한 3000억원을 합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HDC는 1조5000억 규모의 차입금 납기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사태 진정, 경영정상화 등 다양한 시점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HDC 입장에서는 조 단위 현금이 당장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보다 운영비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뉴데일리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뉴데일리

    금호와 거래할 아시아나 구주 가격을 깎는 방안도 회자된다. 

    금호 보유지분 31.05% 3229억원을 다시 들여다 보자는 얘기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난 11월 주가는 6580원이었지만 현재는 절반 수준인 3790원이다.

    HDC는 현재 시점의 시장가치 반영을 바라고 있다. 내심 인수가 재협상에서 산은이 어느정도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금호 측 차입금 납기 연장 조건으로 구주 매각가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이다. 금호고속은 이달 말 차입금 1300억원을 산업은행에 상환해야하지만 갚을 여력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도 이번 딜이 무산되면 재매각을 직접 떠안게 돼 골치가 아플 것”이라며 “현 상황에선 마땅한 다른 인수자도 없어, 차입금 연기 등을 자체 검토하는 동시에 금호와의 구주가격 협상에도 일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산은 지원 관련) 특정기업 특혜 등 그간 제기됐던 우려도 항공업 회생 측면으로 접근 가능해져 HDC가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딜이 지연될수록 산은과 금호가 수세에 밀리고, HDC가 힘주어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업계는 HDC 측의 지속적인 인수의지 피력도 "깎아만 주면 사겠다"는 협상 전략으로 분석한다. 이후 산은이 지원 검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여론이 HDC 편으로 기울 가능성도 있다.

    HDC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 인수를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며 “이달 말 유상증자 등 일정상 변동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