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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태 소식까지 겹쳐 국내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대비 23.87포인트(1.27%) 내린 1855.51로 출발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1.00% 내린 1879.38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대비 1.42% 하락한 628.77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감소에 선물 만기일이 겹치면서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 가격은 이날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까지 떨어졌다. 전일 대비 낙폭은 300%를 넘었다. 5월 WTI 선물 매수 세력은 정유사나 항공사 등 실수요자들이지만 수요 급감과 저유시설 고갈로 수요자가 없는 상황이다.
장 중 외신을 통해 보도된 김 국무위원장의 위중설이 불을 지폈다.
지난 21일 미국 CNN 방송은 이날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받은 큰 수술로 중대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 충격에도 1% 등락으로 선방했던 코스피는 이 소식에 2%대로 낙폭을 키웠다. 다만 이와 관련 청와대가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다소 진정됐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전에 CNN 보도에 따라 북한 김 위원장의 위급상황이 알려지자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40원까지 오르고 코스피 또한 45포인트 하락하는 등 주요 아시아 주식 시장 1~2%대 떨어졌다"며 "주식시장이 기피하는 것은 불확실성으로 정부가 곧 이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관련 특이동향이 없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변동장 속에서도 개인 매수세로 지수를 방어해왔던 코스피가 예기치 못한 외부 요인에 다시 휘청이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와 북한발 리스크가 국내 증시의 단기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최근 증시 변동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점에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증시와 달리 웬만한 악재나 불확실성 변수에 급락이 전개되고 있지 않다"며 "그 만큼 시장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 1900선 안착은 부담스럽고, 유가 하락과 지정학적 이슈 등에 따른 불확실성 영향으로 차익실현 심리가 커질 수 있다"며 "하지만 중기 상승세는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유가 급락의 충격이 국내 증시의 큰 변동성을 키울 재료는 아니라는 판단"이라면서 "약간의 조정을 보일 순 있지만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유시장 변동성 확대로 하락 출발했다가 국제유가 반등에 낙폭이 축소된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 중태 소식에 급격히 매물이 출회돼 낙폭을 키웠다"며 "대체로 북한 관련 리스크가 일시적 영향을 주더라도 극단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날 한국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3월 폭락장세 이후) 최근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진 가운데 악재성 재료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특히 북한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 항상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던 일본 엔화의 변화가 크지 않았던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