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단호함 보인 이재용 부회장… '뉴삼성' 변화에 방점

"최근 2-3개월 간에 걸친 전례 없는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사과문을 직접 발표했다. 이번 자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대국민 사과하라"는 권고에 따른 조치다.

지난 3월 삼성 준법위는 오는 11일까지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세 가지 의제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반성과 사과는 물론 향후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들에게 공표해 줄 것을 제안했다. 

당초 재계에서는 준법위의 권고사안 가운데 현재 재판에 미칠 수 있는 사안도 담긴 만큼 이 부회장이 직접 발표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따라 입장문만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삼성 내부에서는 사과문 전달 방식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부회장이 직접 발표에 나선 것은 기업 총수로서 책임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이날 기자회견은 10여분간 진행됐다. 오후 3시 정각에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에 들어선 이 부회장은 담담한 말투로 발표문을 읽어가는 가운데서도 때로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단호함을 보였다.

특히 준법위가 권고한 경영권 승계 및 무노조 경영, 준법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면서 근본적인 변화에 나설 것을 확고히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우선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더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자녀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파격적인 선언도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운을 뗀 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또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며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다.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치 않은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게 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앞으로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는 등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에 적극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 부회장은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 감시 관련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이라며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며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고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며 "그 활동이 중단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2-3개월 간에 걸친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다"며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 자원봉사자들, 시민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