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대비 30% 얹어 매입하겠다"제안에 주주 문의 잇따라해외 SPC 주도…매입 취지·세금·수수료·대금납부 모두 미정증권가 "매입자조건 압도적 유리…소송장기화 등 리스크 커"
  • 해외주식 직구열풍이 거센 상황에서 국내 주주들에게도 '공개매수'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보유주식을 매집하겠다는 제안에 솔깃한 투자자들이 많지만 국내 증권업계는 섣부른 주식매도가 손실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연휴를 앞두고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를 진행하는 국내 증권사들이 美 보잉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공개매수'의향을 물어왔다.

    주식공개매수는 회사의 경영권 획득 또는 강화를 위해 불특정 다수의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장외에서 매입하는 방법을 말한다.

    매수를 희망하는 기업 또는 개인이 매수기간과 주당 매수가격을 공시함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 역시 이를 주주들에게 공지한 것이다.

    매집단가는 1주당 180달러로, 현재 시세 대비 30%이상의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특히 보잉 주식은 코로나19발 악재로 미국 증시 중에서도 항공주가 폭락해 국내 직구족들이 저가매수 전략을 펼치는 대표 종목으로 꼽힌다.

    여기에 5월 4일을 제외하고 4월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국내 증시가 휴장하는 동안 해외주식에 더욱 관심이 높아진 시기에 진행된 공개매수가 진행돼 투자자들의 관심과 문의가 잇따랐다.

    이같은 美 보잉 주식 투자자들의 공개매수 제안이 6일로 마감된 가운데 증권업계는 투자자들이 시세보다 높게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할 가능성 보다는 오히려 손실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우선 이번 공개매수를 희망하는 집단이 해외의 개인 투자회사이고, 회사의 규모는 물론 주식 매입의 명확한 취지와 절차가 공개되지 않았다.

    보잉의 자사주 매입이 아닌 현지 투자회사가 진행하는 보잉 공개매수는 최대 180일 안에서 언제든 공개매수 신청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기간 중 주당 180달러 이상으로 보잉 주가가 회복하더라도 신청자는 180달러에 매도해야 한다.

    특히 제시단가인 주당 180달러는 매입자가 변경할 수 있고, 출고일은 물론 수수료와 세금 규모도 정해지지 않았다.

    여기에 대금지급일도 결정하지 않아 주식을 매도하더라도 대금이 바로 입금되지 않을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보잉의 공개매수 제의 업체를 확인한 결과 미국 외에서 설립된 SPC(특수목적법인)로 페이퍼 기업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공개매수 신청에 따른 업무처리에 대한 비용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그 규모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같은 회사가 Oracle(오라클)주식 200만주를 주당 50달러에 공개매수를 시도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오라클 측은 주주들에게 "공개매수 마지막 거래일에 오라클 주식 종가가 50달러를 초과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결과적으로 제안을 수락한 투자자들은 오라클 주식의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받게 될 수 있다"며 입찰 거부를 촉구한 바 있다.

    국내 업계 관계자 역시 "해외 주식을 상대로 한 불특정 해외 집단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후 주식이 법정 소송 등으로 장기간 묶일 수 있고, 대금 지불도 연기돼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