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 오브라, 제나, 그라노 등 신규 브랜드 대거 등록AB인베브에 없는 독자 브랜드…자체 개발 가능성 높아여름 성수기 앞두고 출시 여부에 관심… 경쟁 치열해질 듯
  • ▲ 지난달 24일 오비맥주가 출원한 상표권.
    ▲ 지난달 24일 오비맥주가 출원한 상표권.
    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여름 성수기를 앞둔 맥주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비맥주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다량의 신제품 브랜드 상표권을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부동의 시장 1위 사업자지만 동시에 최근 맥주 시장의 부진으로 적잖은 고민을 끌어안은 곳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최대주주인 AB인베브와 별개로 독자적 신제품을 개발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달 24일 크게 4개 브랜드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했다. 

    먼저 오비맥주는 ‘어스(Earth)’와 ‘어스 라거(Earth Lager)’를 신규 등록했고 ‘오브라’와 ‘Obra Lager’, ‘제나’와 ‘Xena’, ‘Zenna’ 등을 각각 등록했다. 이 외에도 ‘그라노’와 ‘Grano’ 등의 브랜드도 함께 등록됐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신제품 상표권을 등록한 것은 사실이지만 출시 계획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떤 제품이 될지에 대해 현재까지 공개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이들 브랜드는 모두 오비맥주의 최대주주인 AB인베브의 라인업에도 없는 제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들 브랜드의 신제품이 오비맥주의 독자개발 신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오비맥주는 그동안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해왔지만 장수 브랜드 ‘카스’를 제외하면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출시 후 오래지 않아 단종된 ‘에일스톤’이나 ‘프리미어OB’, ‘카스 비츠’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지난해 오비맥주에서 자체 개발해 출시된 발포주 ‘필굿’은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의 모방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자체 개발 제품으로 흥행에 성공한 하이트진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출시한 맥주 ‘테라’를 통해 흥행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업계는 오비맥주가 이 ‘테라’의 흥행에 적잖은 자극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소매시장 기준 맥주판매량이 전년 대비 5.7% 하락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하이트진로만 ‘테라’ 흥행에 힘입어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판매량 기준 지난해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48.9%로 전년보다 0.6%P 감소한 반면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30.8%로 전년보다 4.1%P 상승했다. 오비맥주의 절대 우위는 확고하지만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테라’에 대응하는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는 말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거론돼 왔다”며 “최근 생산중단, 희망퇴직 등을 단행한 만큼 성장을 위한 반등이 절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올해 여름 성수기에 맥주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여름은 맥주 최대 성수기이면서 동시 1분기 신종 코로나 감염증으로 감소한 판매를 만회해야만 하는 절박함이 담긴 시기다. 공교롭게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올해 여름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