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실업급여 1조 육박, 금액·기간 늘어 연간 12~15조 지급 전망모성보호·고용유지 등 지원사업비도 '쑥쑥'… 올해 지출 20조 달해고용보험 신규 가입자 줄고 상실자 늘어… 지원규모 축소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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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등 해마다 적자에 허덕이던 고용보험기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코로나19가 강타한 올해는 실직자가 크게 늘 전망이어서 적자 규모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재정당국에 비상이 걸렸다.12일 국회예산정책처 사회보험 재정전망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고용보험기금은 7조35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10조2544억원에서 2년새 3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이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고용보험으로 지급하는 각종 수급여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실업급여 지급액을 평균 임금 50%에서 60%로 확대하고 지급기간도 90∼240일에서 120∼270일로 대폭 늘렸다.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육아지원 사업규모도 확대해 배우자 육아휴직 급여상한액을 150만원에서 200만원, 다시 250만원으로 늘렸다. 육아휴직 급여소득대체율도 40%에서 50%로 올리고 상한액도 120만원으로 인상했다.기금을 운용하면서 2018년 2조2200억원 가량을 손해본 것도 타격이 컸다. 고용보험기금은 2016년부터 전액 위탁운용중인데 당시 주식투자 실패로 국내 -16.8% 국외 -6.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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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적자의 가장 큰 비중은 역시 실업급여 지급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정부는 실업급여 재정 전망치에서 올해 수급자를 134만명으로 예상했지만 1분기 수급자만 60만명을 넘어섰다. 실업급여지급액은 1월 7336억원, 2월 7819억원, 3월 8982억원, 4월 9933억원으로 매월 급속도로 늘고 있다.이에따라 정부가 예상한 올해 실업급여 총 지급액 9조5000억원은 턱없이 모자랄 전망이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올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최소 12조원, 상황에 따라서는 15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며 "모성보호지원사업과 고용유지지원 등 각종 사업예산을 포함하면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지출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더 쪼그라들 전망이다.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수입 11조8000억원에 14조원을 지출하면서 2조1000억원의 적자를 냈다.하지만 올해는 당초 예상 수입 14조3000억원에 미달할 가능성이 크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세가 코로나19 타격으로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4월 고용보험 전체 가입자는 1377만5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6만3000명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3월 20만명대로 떨어진 가입자 증가폭이 한달만에 10만명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작년에는 매달 40만명 이상 늘어왔다.반면 고용보험 상실자는 56만9000명으로 지난 1월 87만5000명이 자격을 잃은 이후 매달 50만명 이상이 유지되고 있다.정부는 고용기금 충원을 위해 국고로 올해 6000억원을 지원했지만 말라붙는 재정에 갈증해소도 어려울 지경이다. 국회 상임위 전망에 따르면 올해 고용기금 적자폭은 지난해 2조1000억원의 2배를 상회하는 4조원에서 최대 10조원까지 늘어난다.믿을건 재난지원금 기부뿐?이런 추세로 고용보험 적자가 가중될 경우 기금 7조3500억원은 연말이면 동이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5년 9100억원 흑자, 2016년 1조3800억원 흑자, 2017년 6800억원 흑자 등 차곡차곡 쌓여온 곳간이 3년만에 바닥을 드러내는 셈이다.정부는 이에따라 특수고용직 종사자, 문화·예술인, 배달직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를 대상으로 의무가입 범주를 확대하고 있다.국회 환노위는 11일 기관·기업과 용역계약을 맺은 예술인도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음주 본회의에서 법안이 가결되면 내년 5월부터는 이들도 고용보험 테두리에 들어오게 된다.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예술인 외에도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 특고 종사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230만명에 이르는 이들을 의무가입시킬 경우 기금수입은 약 1조원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14조3000억원을 퍼부어 마련한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규모도 재정당국 입장에선 기대하는 재원이다. 지난 11일 시작된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할 경우 모두 고용보험기금으로 이관되며 이 금액은 적어도 2조원 이상 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용복지에 대한 수급여를 많이 주고 오래 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재정부담이 많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재정을 고려해서라도 적정선에서 최소한의 금액과 지급기간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