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고지없는 월물 변경 두고 양측 시각차 뚜렷투자자 "무단 월물교체로 큰 손해"…고소 늘어날 듯삼성운용 "투자자 보호조치..법무법인 선정해 대응"

  • 시가총액 1조2000억원대의 삼성자산운용 서부텍사스산원유(WTI)선물 상장지수펀드(ETF) 구성종목 변경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운용사가 기초자산 변경에 대한 사전 공지를 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유가 움직임으로 상장폐지를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ETF 투자자 220명이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삼성운용을 상대로 총 3000여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3일에도 2명의 투자자가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운용 측도 법무대리인을 선임해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투자자와 운용사간 분쟁의 시작은 5월물 WTI(서부텍사스유) 가격이 -37.7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던 지난달 22일이다.

    WTI 가격의 급락에 따라 삼성운용은 23일 오전 KODEX 원유선물ETF의 구성 종목을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유가폭락으로 원유선물 계약에 필요한 증거금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상당수 선물계약을 청산해야 하는 위기가 예상되면서다.

    이에 따라 삼성자산운용은 이날 새벽 73% 비중으로 편입하던 WTI 원유선물 6월물을 기존 34%로 대폭 낮추고 6월물(34%)·7월물(19%)·8월물(19%)·9월물(9%)로 변경했다.

    관련 내용 공시는 월물 교체가 이뤄진 이후인 23일 개장 전 진행했다.

    문제는 6월물을 줄이는 월물 교체가 이뤄진 직후 6월물이 41.4% 상승했다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운용사의 임의적, 일방적 판단으로 6월물 비중이 줄어 수익률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삼성자산운용은 해당 조치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며 거래소의 하한가 규정(일별 30% 제한)과 괴리율 등으로 발생한 문제라고 반박한다.

    투자자들은 "삼성운용이 6월물을 최저점에서 교체해 투자자들의 손실은 손실대로 키우고, 급반등에 따른 수익은 고스란히 날리게 된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사전고지 없는 월물교체로 투자자들은 투자판단을 할 기회조차 없었고, 일방적인 운용사의 결정으로 인해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운용측은 "종가 기준 누적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ETF의 해당 기간 수익률이 원유선물 가격 수익률 대비 0.4%포인트 우월하게 실현돼 일종의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며 "만일 펀드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6월물의 종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펀드의 투자자는 투자금액을 전액 잃게 되며 펀드의 거래중단, 상장폐지로 인해 손실이 회복 불능 상태로 진행됐을 것"이라며 맞섰다.

    결국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쟁점으로 사전공시 없는 월물변경이다.

    삼성운용은 사전공시를 하지 않은 것이 투자자들의 이익에 보다 부합하는 결정이었다는 주장인 반면 투자자들은 최저점에서 월물변경으로 손실은 손실대로 키우고, 급반등에 따른 수익은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는 주장이다.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투자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소송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법무법인을 선정해 대응할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월물 교체 당위성과 정당성을 잘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