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통상·신원 등 실적 하락주요 시장인 미국·유럽 주문 급감 코로나19 장기화에 2~3Q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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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의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의 1분기 실적이 악화됐다. 국내는 물론 주요 바이어들이 밀집한 미국과 유럽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의류 소비가 줄면서 현지 주문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성통상의 1분기 매출은 21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고 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111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부문별 살펴보면 수출사업부의 1분기 매출은 8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지만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성통상은 OEM 방식의 해외수출 사업이 전체 사업 규모의 약 40%를 차지한다. 미국과 유럽 프라이마크, 타겟, 월마트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의 연 수출금액은 3억6000만달러로 이 중 2억달러가 코로나19 여파로 주문이 취소됐다. 최근엔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생산 공장 가동마저 중단되며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원도 1분기 매출이 17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전년 보다 38% 감소했고 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신원은 OEM 사업을 전개하는 수출부문은 1분기에는 1396억원을 기록했다. 스웨터, 니트 등 의류제품을 해외생산법인에서 생산해 주로 북미지역에 수출하는 등 전체 매출의 60~70% 차지한다.
이 때문에 한국기업평가는 신원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면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기평은 "코로나19 팬데믹 등 사업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돼 신원의 내수 패션과 OEM 수출 전 부문에 걸쳐 큰 폭의 실적 저하가 예상된다"며 "올해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영업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근거로 제시했다.
한세실업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수출 물량이 80~90%를 차지하는 이 업체는 1분기 매출과 39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전년보다 1.9% 증가했다. 여기서 의류제조부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3473억원, 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 0.7% 증가했다. 미국, 유럽의 코로나19 사태가 3월부터 본격적으로 악화됨에 영향이 덜했다는 평이다.
이들이 휘청거리는 까닭은 해외 수출에의 의존하는 OEM 사업은 수출국의 시장 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수익 대부분을 맡기는 구조로는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인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대형 벤더기업 경우 전체 매출의 80%에서 많게는 90% 이상이 미국에 집중됐다.
이처럼 정상적인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지면서 각 업체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인력 구조조정에도 나서기도 했다. 신성통상은 수출본부 소속 직원 25명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한세실업도 신입사원 공채를 면접을 앞두고 중단했다.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원그룹은 해외사업부 소속팀 1개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한솔섬유도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2분기다. 패션업계에선 올 2분기 전망이 밝지 못하다. 미국, 유럽 바이어에 동남아 생산 구조 덕에 1분기 중국발 코로나19 영향은 피해갔지만 미국과 유럽에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2분기부터 급격한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에 대한 코로나19 영향은 미미했으나 2분기부터 미주·유럽에서의 본격적인 수요 감소 영향권"이라며 "오더 및 선적 지연, 주문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이키, 아디다스 등 주요 업체들의 연간 매출도 전년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상반기는 10% 안팎의 역성장 이후 하반기 5% 내외 매출 회복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2~3분기에 OEM 수요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