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P 패드-블랭크마스크-동박 등 소재 사업 '박차'글로벌 시장 성장 추세… 중장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차입금 급증 등 재무안정성 우려… "신사업 바탕 완화 기대"
  • ▲ 서울 종로구 소재 SKC 본사. ⓒSKC
    ▲ 서울 종로구 소재 SKC 본사. ⓒSKC

    SKC가 반도체와 모빌리티 중심의 사업구조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의 화학-필름 부문에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와 모빌리티 사업의 경우 중장기 성장세가 기대되는 산업군인 만큼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소요 및 외부 차입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SKC는 충남 천안시에 반도체 소재인 CMP 패드 공장을 신설한다고 공시했다. CMP 패드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연마해 평평하게 해주는데 쓰이는 제품으로, 반도체 집적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앞서 SKC 이사회는 3월 CMP 패드 천안공장 증설 투자를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으며 12월까지 총 46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C는 2015년 동성에이엔티로부터 CMP 패드 특허 및 영업권을 인수하면서 이 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 경기 안성시 용월공단에 CMP 패드 공장을 준공하면서 본격적인 생산체계를 갖추게 됐다.

    사업 진출 5년 만인 올해 천안에도 생산시설을 추가로 짓기로 결정하면서 CMP 패드 사업은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증설 결정은 SKC의 반도체 소재사업 육성 계획과 맞물려있다. SKC는 기존 필름·화학제품 중심 기업에서 벗어나 반도체와 모빌리티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천안공장을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SKC 반도체 소재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있다.

    이번 증설에 앞서 반도체 공정의 또 다른 핵심소재인 블랭크마스크 생산시설을 천안공장에 건설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 원재료로, SKC는 지난해 430억원을 투입해 천안에 블랭크마스크 공장을 지었다. 현재 시제품을 생산 중으로, 고객사 인증을 거쳐 연내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C는 그간 진공증착 기술 및 초청정 무진 관리 경험 등 축적한 기술로 블랭크마스크 사업에 진출했다. SKC는 일반용 제품을 넘어서 극자외선(EUV)용 등 하이엔드급 제품 공급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SKC 측은 최근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CMP 패드와 블랭크마스크 모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C 관계자는 "CMP 패드 천안공장 증설은 SKC 내 반도체 소재사업 간 시너지를 위한 결정"이라며 "최근 2~3년에 걸쳐 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투자도 여러 건 진행해왔는데, 그 일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 SKC 하이테크앤마케팅 천안공장 내 조성된 SKC 블랭크 마스크 공장. ⓒSKC
    ▲ SKC 하이테크앤마케팅 천안공장 내 조성된 SKC 블랭크 마스크 공장. ⓒSKC

    SKC는 △2014년 SK바이오랜드 지분 취득 △2016년 SKC라이팅 흡수합병 △2016년 SK에어가스 지분 매각 △2017년 SKC하이테크앤마케팅 지분 취득 등 활발한 사업 양수도 및 지분거래 등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는 전지용 동박 및 FCCL(연선동박적층필름) 분야의 제조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SK넥실리스(전 KCFT)를 인수했다.

    SK넥실리스는 우수한 기술력 및 장기공급계약에 기반한 사업안정성으로 SKC에 편입되기 전인 2019년 19.3%의 우수한 수익성을 시현했다. 현재 국내에 2만5000t의 설비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4공장 상업가동으로 CAPA를 1만2000t 추가할 계획이다.

    동박의 경우 1만t 증설시 1400억~1500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영업이익률 20% 가정시 매년 300억원가량의 이익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SK넥실리스는 초극박 전지박 양산화에 성공한데다 약 250개의 글로벌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등 글로벌 상위의 공정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전방산업의 공격적인 증설 투자로 동박 시장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모빌리티 부문의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와 모빌리티 사업의 진출은 세계 4위권의 시장 지위를 보유한 인더스트리 소재(옛 필름사업) 부문과 화학 부문의 우수한 사업 기반에 더해 이익창출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단기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부 화학 제품군의 매출 둔화 가능성은 존재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손세정제, 가글액 등 위생용품 관련 화학 및 Face Shield 등 필름 수요 확대 등으로 매출 감소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모빌리티 부문의 4공장 가동률 상승에 따른 영업실적 향상 전망을 감안하면 외형과 수익성 모두 확대 추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실장도 "화학·필름·전자재료 등으로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에 힘입어 경기 변동에도 안정화된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저수익 사업 부문 구조조정 및 제품 믹스 개선을 통해 꾸준히 이익창출력을 제고하고 있다"면서 "모빌리티 부문이 연결 범위에 포함되면서 수익성이 더욱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SKC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021억원으로, 지난해 1550억원에 비해 30.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2021년에는 성장세가 확대(35.6%)돼 2741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매출액도 지난해 2조5397억원에서 올해 2조9024억원, 내년 3조1637억원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 자료=SKC. ⓒ한국기업평가
    ▲ 자료=SKC. ⓒ한국기업평가

    다만 SK넥실리스 인수 등으로 재무 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CMP 패드 설비, 동박 5공장 등 증설투자 계획과 매각자산 관련 법인세 등 영향으로 재무 부담이 이어질 수도 있다.

    SKC는 1분기 SK넥실리스 인수(1조2000억원), 화학사업부 물적분할 후 지분 매각(SKCPIC, 5358억원), SKC코오롱PI 지분 매각(3035억원) 등 영향으로 대규모 현금흐름 변동성이 나타났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1분기 SKC의 연결 기준 차입금이 2조404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조2075억원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나는 등 부채 규모가 2조3076억원에서 3조5463억원으로 53.6% 증가했다.

    차입금의존도(108%)와 부채비율(160%) 모두 최근 5년새(2016~2020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기간 평균 의존도는 80.3%이며 부채비율은 139%다.

    그러면서 이자비용도 2017년 이후 지속 증가, 이자보상배율도 5년새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이자비용은 187억원으로, 지난해 139억원에 비해 33.7% 늘어났으며 이자보상배율은 1.12p 낮아진 1.46을 기록했다.

    신평업계에서도 투자가 확대될 경우 재무부담이 재차 가중될 수 있는 만큼 투자전략을 중점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단기적으로 설비투자 및 법인세 관련 자금소요를 감안하면 대규모 차입금 감축 가능성은 높지 않은 수준이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효율화 계획 및 이익창출력 제고 등에 힘입어 차입금 대응능력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면서도 "이에 따른 재무 부담 완화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