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고기 수요↑너무 오른 고기 가격에 다시 발길 '뚝'"농협 수급 조절로 가격 천정부지" 상인들 한숨
  • ▲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축산물시장. ⓒ임소현 기자
    ▲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축산물시장. ⓒ임소현 기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전통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지만 돼지고기, 한우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가 다시 위축됐다. 

    기자는 3일 오전 9시께 전국 최대규모의 축산물 전문 재래시장 '마장축산물시장'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평일 오전시간대인 만큼 지나는 사람들이 많진 않았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재래시장이 활기를 띄고 고기 소비가 크게 늘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마장동 시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이곳에서 23년간 장사를 했다는 김소연씨는 "5월엔 재난지원금 쓰러 온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고기 가격도 오르고 재난지원금을 다 써버리니까 6월 들어서는 (발길이) 완전 뚝 떨어졌다"며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한우 '1+' 등급 가격이 '1++'의 역대 최고가를 넘어섰는데, 고기질은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재난지원금이 풀린 지난달 소비가 잠깐 늘어났지만 돼지와 소고기 가격이 급증하며 소비자들의 발길도 끊겼다는 설명이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kg에 5115원으로 전월 대비 19.3%, 평년 대비 6.8%, 전년 대비 22.9% 상승했다.

    또한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5월 평균 한우 지육 시세는 최근 10년새 최고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 한우 1등급 지육 시세 kg 당 평균은 2만642원으로 전년에 비해 약 18% 증가했다. 

    10년새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3년과 비교하면 80% 가량 높은 수치다. 특히 5월 한우 1등급 지육 시세가 2만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명절을 앞두고 높아졌던 한우 시세는 명절이 지나면 하락세를 보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집밥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우 시세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5월 13일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해진 이후로는 한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한우 가격 상승세가 더욱 커졌다. 5월은 연중 한우 비수기로 여겨지는 시기지만 소비자들이 식료품에 사용할 수 있는 가계예산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농협의 수급조절로 인해 안 그래도 상승세인 고기가격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 ▲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축산물시장에 농협의 수급조절을 비판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임소현 기자
    ▲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축산물시장에 농협의 수급조절을 비판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임소현 기자
    김씨는 "농가에서는 소가 많다고 하는데 농협이 수급을 조절하다보니 경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소고기를 작업하면 돈이 남아야 하는데 많이 할 수록 적자"라고 호소했다.

    이어 김씨는 "내가 여기서 장사하는 동안 이런(가격은 높고 손님은 없는) 적은 없었다"며 "소상공인들이 살아나야 경제가 살지 이런 지원금은 일시적(효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상인 노형래씨는 "재난지원금 지급하고 아무래도 조금은 사람이 많아졌다"며 "재난지원금이 끊기고 나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씨는 "가격이 오르니까 도매상들도 타격이 크고 손님들도 부담스러워한다"며 "농협 물량이 많다보니 가격이 조금 떨어질만 하면 물량 조절을 하니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시장에서 이곳을 지나던 소비자들이 고기 가격을 문의하고는 그냥 발길을 돌리는 경우를 몇번이나 볼 수 있었다.

    경기도 양주시에서 작은 삼겹살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정훈(가명)씨는 "요즘 고기값이 너무 올라서 힘들다"며 "고기맛은 너무 좋은데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다른 업체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고기 질이 떨어지면 단골 손님은 바로 끊겨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 ▲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축산물시장. ⓒ임소현 기자
    ▲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축산물시장. ⓒ임소현 기자
    한편 돼지고기의 경우 많은 물량 공급이 예상되고 코로나19 특수수요가 점차 사라지면서 하반기에는 가격 하락이 기대된다.

    농촌경제연구원 2분기 관측정보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자돈 및 육성돈 마릿수가 평년 대비 각각 4.4% 많아 올해 하반기 돼지 도축마릿수(879만6000마리)는 평년(852만 3000마리) 대비 3.2%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도축마릿수(898만3000마리)도 평년(850만8000마리) 대비 5.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평년 보다 많은 물량의 공급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