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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정재계 인사들과 연예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마크힐스' 고급빌라가 경매 시장에 나왔지만 잇달아 유찰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선순위전세권이 설정돼 있어 시세의 '반값'으로 떨어졌지만 다음 경매에서도 낙찰될지는 미지수다.
5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7일 서울 중앙지법10계에서는 강남구 청담동 마크힐스 2단지 전용 192㎡의 경매가 진행된다.
앞서 지난 2월과 5월 경매에서 유찰돼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45억7000만원)의 64%인 29억2480만원으로 떨어졌다. '연예인 아파트'로 잘 알려진 이 고급빌라는 같은 평형이 2018년 59억~62억원 선에서 거래돼 국내 최고가 공동주택으로 유명하다.
이미 최저입찰가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계속 유찰되는 이유는 '선순위 전세권'이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빌라에는 2019년부터 35억원의 전세 세입자가 근저당을 설정해 놓고 살고 있다.
이후 삼성물산(28억원) 등이 근저당을 설정해 채권총액만 71억7000만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이 채무를 돌려받기 위해 임의경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기준권리보다 뒤에 있는 후순위 전세권은 경매로 소멸되지만 기준권리보다 빠른 선순위 전세권은 매수인이 인수해야 한다. 다만 선순위 전세권자가 배당요구를 하면 경매낙찰후 먼저 돌려받기 때문에 경매로 소멸돼 매수인이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이 고급빌라의 경우 전세 세입자가 배당 요구를 하지 않아 전세금 35억원을 낙찰자가 떠안아야 한다. 최저 입찰가인 29억원에 낙찰받더라도 추후 35억원의 전세금을 갚고 나면 64억원에 낙찰받는 셈이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선순위 전세권은 전세권자가 배당요구종기일까지 배당신청을 하면 존속기간과 관계없이 소멸되지만 배당신청을 하지 않으면 그 전세금을 매수인이 인수해야 한다"며 "(청담동 마크힐스) 다음번 경매에서도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달 22일 경매가 진행되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 전용 194㎡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 역시 연예인이 사는 고급 아파트로 알려져 있지만 앞서 진행된 세번의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 2월 감정가 36억3000만원에 처음 경매에 나온 뒤로 3회 연속 유찰됐다. 이번 경매에서 최저입찰자가 19억5856만원으로 감정가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다만 이 아파트에도 선순위 전세권으로 23억원이 설정돼 있다. 이 역시 세입자가 법원에 배당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매 후 매수인이 전세금을 인수해야 한다.
이처럼 선순위 전세권은 경매로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낮다고 무턱대고 낙찰받아서는 안된다. 매수인이 대금납부 후에 전세권설정등기말소청구를 통해 선순위 전세권을 소멸시켜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