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엔 못산다" 기습 발표구주가격 인하-분리매각-6개월 연장 관철 전망"포기명분 만들기 아니냐" 비관론 여전
  • ▲ ⓒ 아시아나항공
    ▲ ⓒ 아시아나항공

    '원점 검토'를 꺼내 든 HDC현대산업개발의 진짜 속내는 뭘까?

    인수가 인하를 위한 벼랑끝 전술이라는 설이 우세하지만 포기명분을 쌓기 위한 출구전략설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장과 업황 불황, 불안정한 재무상황 등은 진작에 예견됐기 때문이다.

    HDC는 지난 9일 아시아나 인수 관련 입장문을 발표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전달하는 내용이었다. 요지는 “시장 환경이 변해 인수 조건 재협상이 필요하다”였다.

    HDC는 매각가 재조정 등 산은 측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산업은행도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HDC 측 제시 조건에 대해 이해관계자간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협상'을 수용하는 모양새다.

    시장은 다양한 전망을 낸다. 금호산업 측 구주가격 인하, 에어부산·서울 분리매각, 구제금융 등 새 조건들이 오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HDC와 산은은 거래시한 연기에 합의한 상황이다. 양 측 거래는 최대 6개월까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HDC는 아시아나 인수가로 2조5000억원을 써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지난해 12월 책정한 가격이다. 시장은 감염병 종식 시점이 불투명해 당초 가격이 과하다는 평가를 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사업 리스크가 커진 데다 이후 늘어난 채무 등으로 재협상을 요구했을 것”이라며 “현 시장 상황상 2조 대 인수가는 HDC에게 큰 부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거래 지연이 가장 힘든 것은 아시아나”라며 “상황 장기화 시 추가차입, 재무구조악화가 불가피하며 딜 좌초 시 재매각조차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 ▲ 아시아나 인수 계획 발표하는 정몽규 HDC 회장 ⓒ 뉴데일리 DB
    ▲ 아시아나 인수 계획 발표하는 정몽규 HDC 회장 ⓒ 뉴데일리 DB

    다른 시각도 있다. HDC 측이 인수 포기를 결정하고 출구전략 차원에서 입장을 발표했다는 해석이다. HDC는 입장문에서 아시아나의 최근 부채비율과 추가 차입 등을 사례로 “해당 사항은 법률적 리스크가 크다”고 언급했다.

    HDC는 아시아나의 올 1분기 부채비율이 작년과 비교해 1만6126% 늘었다고 지적했다. 사전 협의 없이 부실계열사에 14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도 해당 사항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채무 등이 계약 내용과 다를 경우 거래상 ‘진술 보증 위반’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민법이 정하는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HDC가 재협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약서 내용과 다른 채무 등은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며 “거래 과정에서 주요 정보를 모두 밝혔고, 이에 대해 책임진다는 ‘진술 보증’을 매각 측이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하드쉽 크로스(Hardship Clause)가 계약에 포함됐는지도 핵심”이라며 “이는 코로나19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 발생 시 계약자가 가격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내용이 없다고 해도 민법이 정하는 사정변경의 원칙 등으로 HDC 측이 재협상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