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 계약금 잃을 가능성… 정부와 대립각 우려도불발 땐 산은도 책임론… 아시아나 떠안아야 할 수도금호그룹, 재무구조 개선 답 없어… 주가 하락세
  •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모빌리티(mobility) 그룹' 건설 꿈이 흔들리고 있다. ⓒ 뉴데일리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모빌리티(mobility) 그룹' 건설 꿈이 흔들리고 있다. ⓒ 뉴데일리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모빌리티(mobility) 그룹' 건설 꿈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주택 건설, 부동산 개발, 유통까지 거머쥔 모빌리티 종합그룹으로 도약하는 첫 걸음이었다. 

    하지만 HDC현산과 아시아나와 아름다운 동행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난 9일 현산이 아시아나 채권단인 산업은행 측에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요구하면서다. 

    채권단은 현산의 인수의지 확인을 환영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인수 조건에 관한 재협상은 진행하겠으나 '서면' 말고 협상장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채권단과 현산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이미 시작됐다. 

    ◇ 인수 포기 혹은 가격 낮추기 

    현산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의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인수상황 재점검, 인수조건을 다시 협의해 성공적으로 인수를 끝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오는 27일까지 인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달라고 한 데 따른 답변인 셈이다. 27일은 양측이 약속한 계약완료일이다. 

    현산의 재협상 요구에는 아시아나항공을 2조5000원을 주고 사기에는 비싸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현산은 보도자료에도 "인수계약을 체결한 지난해 말 이후, 인수 가치를 훼손하는 상황들이 발생했다"면서 "채권단이 합리적으로 재검토 해달라"고 요청했다. 

    가격 인하 요인도 조목조목 적었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분기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지난해 말 2조8000억원의 부채가 추가되는 등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사전 동의 없이 부실 계열사에 1400억원을 지원하면서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고 했다. 

    업계에선 이번 입장이 인수 포기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른다. 

    채권단이 현산 측에 공문을 보낸 것과는 달리 현산이 언론에 입장을 공개한 것 자체가 코로나19 등으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처사였다는 것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자칫 사세 확장을 노리다 그룹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한몫했을 것"이라며 "인수가 어렵다는 의사를 에둘러 표현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산도 인수포기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하다. 

    계약금 2500억원의 상당부분을 떼일 수 있다. 현산이 보도자료에서 계약조건 변경 요인을 상세히 적은 것을 두고 인수 포기를 대비한 귀책사유라는 분석이 뒤따르는 이유다. 

    이번 딜이 불발되면 정부와 그룹 전체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도 일정부분 각오해야 한다.  


  • ▲ 산업은행 역시 현산의 인수 불발때 후폭풍의 한 가운데 서게 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뉴데일리
    ▲ 산업은행 역시 현산의 인수 불발때 후폭풍의 한 가운데 서게 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뉴데일리
    ◇ 불발 땐 산은도 책임론… 2조원대 투자기업 찾아야

    현산이 인수의지를 끝까지 지켜나갈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으로부터 대규모 금융지원을 끌어내 인수가격을 대폭 낮추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일단 채권단의 입장변화는 이끌어냈다. 채권단은 지금껏 인수 가격 등 핵심적인 인수 조건은 '재협상 불가'라고 밝혀왔었다. 하지만 현산이 제시한 거래종료시한 연장과 인수조건 원점 재검토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현산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을 다시 따져볼 기회를 얻은 셈이다. 

    10일 산은은 현산이 전일 내놓은 아시아나 관련 제안에 입장문을 내고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진전되도록 현산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현산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산은은 "인수를 확정하기 위한 조건은 이해관계자 간 많은 협의가 필요해 서면으로만 논의를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적었다. 또 "공문이나 보도자료가 아닌 협상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달라"고 요구했다. 

    산은은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오라며 공개적으로 현산을 압박했다. 특히 현산이 향후 법정 소송 등을 고려해 자료 축적차원에서 '서면' 방식의 논의를 이어가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역시 현산의 인수 불발때 후폭풍의 한 가운데 서게 된다. 당장 시중 2조원대 자금을 투자할 만한 기업을 찾아내기도 어렵고 M&A 실패에 대한 책임론까지 들끓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를 자회사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 속 타는 금호家… 주가 3일째 하락세 

    입이 바짝 타오르는 것은 금호그룹도 마찬가지다. 

    만일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금호그룹은 채권단 품으로 가야 한다. 

    금호그룹의 위기감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금호산업의 주가는 지난 5일 8040원에서 8일 7820원으로 220원 하락한데 이어 3일 연속 내리막길을 걷다 10일에는 7250원을 종가로 마무리했다. 닷새 만에 약 9%P가 빠진 셈이다. 

    애당초 금호그룹은 기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의 매각가 대금을 받아 그룹 재건에 나설 계획이었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4000억원 이상의 기존 주식의 대가(구주대금)를 기대했으나 매각 불발 시 또다시 위기를 맞게된다. 

    채권단과 현산이 지난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당시 구주는 주당 4700원을 적용했으나 아시아나주가는 10일 종가기준 4350원을 기록하고 있다. 

    눈덩이처럼 금호그룹의 부실이 불어난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추가로 정책자금을 내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산은은 지금까지 쏟은 자금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져 수세에 몰릴 공산이 높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재매각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계열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분리 매물로 나올 경우,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도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