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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뉴데일리
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HDC가 산은에 매각 재협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불성실한 태도를 문제삼은 것에 공식적으로 반발한 것. 산은과 HDC간의 매각 재협상 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HDC와 매각 대상인 아시아나항공간에 불신이 생기면서 향후 갈등이 확대될지에 이목이 쏠린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1일 인수준비단 및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영진이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하고 투명하게 제공해 왔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HDC가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에 책임을 떠넘긴 것에 대한 반박 차원이다.
이 같은 움직임을 업계에서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으로 낙점된 HDC에 저렇게까지 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신뢰에 금이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인수가 마무리됐을 시 HDC 입장에서는 아시아나의 저런 행보가 반발 또는 거부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기존 경영진들에 대한 불신임 혹은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어도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HDC 입장 자료 이후 언론이나 시장에서 아시아나의 불성실함으로 매각이 지연되고 삐그덕거리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인수가 조기에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협조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아시아나의 반발 이면에는 HDC의 복잡한 노림수가 작용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 전체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아시아나항공 역시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금 상태로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밑빠진 독에 물 붓기'만 하다가 HDC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수 포기를 위한 타당한 명분을 쌓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HDC 아시아나 경영난을 피력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2019년말 기준 2조8000억원의 부채가 추가로 인식됐고, 1조7000억원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무려 4조5000억원 증가됐다고 설명했다.
부채비율은 2020년 1분기말 현재 계약 기준인 2019년 반기말 대비 1만6126% 급증했으며, 자본총계도 2020년 1분기말 현재 2019년 반기말 대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2019년 12월말 공시 대비 증가된 2019년 순손실과 2020년 1분기 당기순손실을 합해 모두 8000억원 이상 확대됐고, 지난 3월 공시된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외부감사인이 부적정 의견을 표명함에 따라 이번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도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결국 산은한테 매각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속내는 매각을 포기할 명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다수 시각이다. 그런 일환에서 아시아나항공에 트집을 잡았다는 얘기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며 아시아나도 입을 뗐고, 향후 불편해진 관계가 매각 지연 및 재협상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 됐다.
한편, HDC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4월 21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긴급자금 1조7000억원 추가 차입 및 차입금의 영구전환사채 전환, 정관 변경, 임시주주총회 개최 계획 등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시아나가 사전동의 없이 다음날 이사회에서 본건 추가자금 차입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법률적 리스크가 상당한 부실계열사에 대한 총 1400억원 지원도 통보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이처럼 계약 체결일 이후 확인되고 발생한 상황들에 대해 4월 이후 두 달간 약 11회에 이르는 공문 등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등의 정확한 현재 재무상태 및 전망, 기준 재무제표상 재무상태와 계약 체결 이후의 재무상태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이유, 계약 체결일 이후 추가자금 차입 규모의 산정 근거, 차입금의 사용 용도, 차입 조건, 상환 계획, 영구전환사채로의 변경 조건, 영구전환사채의 주식으로의 전환 조건 등 중요한 자료와 인수상황 재점검 및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명시적인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추가자금의 차입 및 부실계열회사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결정하고 관련된 정관 변경, 임시주주총회 개최 등 후속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