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오르고 소형 SUV에 밀려상반기 모닝·레이·스파크 4만7371대 팔려, 전년比 15.7% 감소할인 혜택 줄어들 듯… "앞날 더 어둡다"
  • ▲ 지난 5월 출시된 모닝 어반 ⓒ기아자동차
    ▲ 지난 5월 출시된 모닝 어반 ⓒ기아자동차
    도로 위를 달리는 경차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큰 차를 고르는 사람이 늘어난 데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이다. 본격화된 첨단 안전장치 여파로 값도 크게 올라 좀처럼 판매 부진의 늪에서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10만 대를 밑돌 게 확실시되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 경차의 혜택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여 앞날은 더 어둡다는 전망이 많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1~6월) 국내에서 팔린 경차는 4만7371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5만6219대) 대비 15.7% 감소한 수치다.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기아차 모닝과 레이, 한국지엠의 스파크 모두 판매 대수가 쪼그라들었다.

    차종별로 보면 모닝은 2만211대에 불과했다. 지난해 동기(2만4094대)보다 16.1%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레이는 18.7% 줄어든 1만6349대로 집계됐다. 스파크의 경우 12.0% 감소한 1만3876대에 그쳤다.

    특히 모닝은 부분 변경을 거치고 부활을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5월 새 얼굴을 하고 돌아온 ‘모닝 어반’은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차로 유지 보조(LFA) 등 첨단 사양을 대거 탑재하고도 판매 대수는 되려 줄었다. 사실상 신차 효과가 전혀 없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경차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성이 나빠졌다”며 “소형 SUV 등 소비자의 선택지가 다양해져 신차를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경차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다. 2012년에는 21만6752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로는 꾸준히 내리막을 탔다. 지난해에는 11만3708대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경차 기준이 배기량 800㏄ 미만에서 1000㏄ 미만으로 바뀐 2008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10만 대를 밑돌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국토부)의 혜택 축소는 경차의 입지를 더 좁아지게 할 수 있다. 국토부는 199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경차 할인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속 주행 시 유해 물질을 내뿜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판매 대리점 관계자는 “경차 구매를 계획했던 소비자가 이제는 소형 SUV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값이 비슷한데 실내 공간 활용성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차를 찾는 경우는 대부분 두 번째 차로 보유하는 경우”라며 “한 달에 5대 정도가 팔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 ▲ 2021년형 더 뉴 스파크 ⓒ한국지엠
    ▲ 2021년형 더 뉴 스파크 ⓒ한국지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