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생존고민하는 즈음에…"대주주 견제하다 기업성과 놓칠 수도""법령 강제 보다 정관자치를 폭넓게 인정해야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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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이 경영권을 흔들고 일자리 마저 가로막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장 기업인과 학계⋅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우려를 쏟아냈다.

    코로나 여파로 기업들이 생존을 고민하는 즈음에 '타이밍도 맞지 않고 방향도 틀렸다'는 지적이었다.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과 한국기업법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 주제는 아예  "경영권 흔들고 일자리 가로막는 상법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였다.

    윤 의원은 "상법이 바로서야 기업이 산다"며 "코로나 극복과정에서 기업이 투자할 수 있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하는 상황에서 외려 상법이 경영권 흔들고 일자리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10일부터 입법예고 중인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의 상법개정안 취지와 세부내용에 대한 설명은 이혜미 법무부 상사법무과 검사가 맡았다.

    이 검사는 "이번에 정부가 제안한 다중대표소송제는 소수주주의 경영감독권을 강화해 대주주의 사익추구를 막는 효과가 있다"며 "감사위원 분리선출도 감사위원의 독립성 확보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투표제 도입 기업에게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시켜주는 만큼, 원활한 주총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소수주주 권한 강화를 위해 도입한 집중투표제가 오히려 이사의 대표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상법상의 집중투표제는 득표수에 따라 차례로 이사가 선임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1표만으로도 이사로 선임될 여지가 있다.

    권 원장은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 서로 법인격이 다른 모자회사 간 이익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역시 기관투자자에게 감사위원 선임권을 넘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참여한 다른 학계 전문가들도 규제의 타당성과 필요성 모두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의 최종목표는 기업의 경영성과를 높이고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로 하여금 대주주를 견제하게 해줄지는 모르나, 기업 성과를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미국 등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 결과,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예상과 달리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도입 취지와 달리 경영권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외이사의 임기단축 문제도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이 길수록 기업 가치가 높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도 효과적이었다"고 반박했다.

    학계는 신규 제도의 도입도, 의무화나 강제하는 방식 보다는 법령규정에 따른 정관자치를 광범위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만식 단국대 법과대학장은 "현행 대표소송제가 모자회사 관계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은 긍정적이지만 소송 남발에 따른 리스크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해 참석한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불합리한 법령을 정비하겠다는 개정 취지는 이해하나, 경영권 침해나 규제 강화로 인식되어 경영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추 본부장은 "코로나 19로 대다수 기업이 미래 투자보다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자본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여건에서 단기차익을 노리는 외국 투기자본의 악용을 방지하는 방안도 입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코스닥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이 주관 단체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