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연설이후 규제완화 목소리…정부 "모든 수단 강구"年12만호 공급해야 효과 확실 필요…허가 2배로 늘려야그린벨트 해제 우려 목소리 많아…규제완화 병행해야
  • ▲ 경기도 과천 그린벨트 지역ⓒ뉴시스
    ▲ 경기도 과천 그린벨트 지역ⓒ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개원연설에서 부동산 공급확대 시그널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눌려왔던 규제완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규제강화 일변도였던 정부도 제한해제 가능성을 발빠르게 검토하는 등 규제완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검토는 이미 수면 위로 떠올랐고, 재건축·재개발 허가나 용적률 상향 등 추가 규제완화 가능성도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며 "투기를 잡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어떤 대책도 가능하다는 기조"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 기정사실? 어디를 푸느냐가 관건

    정치권은 그린벨트 해제를 이미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서울시의 반대가 여전하지만 당·정·청이 의견을 모은 만큼 동력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7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서울시의 해제 불가론에 대해서는 "논란을 풀어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이견을 조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시 주택공급실적은 매년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주택건설 인허가실적을 보면 2015년 서울시에서 주택건설을 허가받은 가구수는 총 10만1235호에서 2016년 7만4739호로 뚝 떨어졌고, 2018년 6만5751호, 2019년 6만2272호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 공급된 물량은 전국 공급물량 48만7975호의 12.7%에 불과하다. 수도권 전체에 공급된 물량이 27만2226호로 전체의 55.8%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4월까지 서울시가 인허가한 누적물량도 1만8025호에 그친다.

    문제는 어디를 푸느냐다. 그린벨트 해제로 지어지는 주거단지는 그 정부의 부동산정책 상징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확실한 공급효과를 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된다.

    노무현정부 시절 은평구 일대 그린벨트 360만㎡를 해제하고 지은 1만5000가구 규모의 은평뉴타운이 대표적이다. 송파구 일대에 세운 4만5000호 위례신도시는 이명박 정부의 실적이다. 노태우정부 시절 서울 구도심의 집값 상승을 잡아낸 것도 분당·일산 등 수도권 30만호 아파트 폭탄 공급 덕분이었다.

    현재 서울내 그린벨트 면적은 약 149.13㎢로, 서울시 전체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택지개발에 부적합한 산지이기 때문에 마땅한 부지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서초구 인근 내곡동·세곡동, 수서역, 강서구 김포공항 일대 등이 거론된다. 자치구별 그린벨트 면적만 봐도 서초구가 22.88㎢ 가장 넓다.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청와대
    그린벨트 우려도 많아…재개발·재건축·용적률 등 규제완화 병행 필요

    갑작스러운 그린벨트 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주택수요를 충분히 수용할만한 대규모 개발이 아니고서는 1만~2만호 수준의 공급으로는 오히려 집값 상승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인구는 2015년에서 2018년 동안 990만명에서 967만명으로 줄어든 반면 가구수는 378만 가구에서 384만 가구로 늘었다. 가구 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1인·2인 가구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서울시에 한해 공급돼야 할 주택은 12만호가 넘어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고서는 추산했다. 지난해 서울시 주택허가실적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때문에 10만호 이상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 허가나 용적률 상향 등 규제완화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모인 주택공급확대 TF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공급으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서울시는 빠르면 이달 중 중앙정부와는 별도로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같은 입장은 박원순 시장 전임인 오세훈 전 시장도 같은 입장이다. 오 전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후세대가 두고두고 살아가야할 자연환경인 그린벨트 해제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며 "역세권 등 시내 교통요지부터 용적률을 상향조정해 고밀개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소위 35층 룰로 불리는 서울시 용적률 제한은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 추진에 악재로 작용해 왔다. 오 시장 시절 49층이던 층수 규제를 박 시장이 35층으로 낮춘 바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역세권에 대규모 초고층 건축 허가가 이뤄진다면 단기적인 주택공급은 물론 경기부양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재개발·재건축을 허가하면서 용적률을 풀어주는 정책은 과거 정부에서도 썼던 방법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재건축 용적률 상한을 250%에서 300%로 올렸다. 분양가 상한제 기준으로 용적률이 높아질수록 분양가는 떨어지기 때문에 강남의 경우 용적률이 100% 오르면 분양가는 800만원 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도심지 노후주택 재개발·재건축사업 재개나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청약제도도 세대별로 안배해서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