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 말라"… '플랜B'도 없어운항률 10%, 휴직 50%… 정부 지원도 9월말 종료"HDC, 이스타 사례 참고해 곧 입장 밝힐 듯"
  • ▲ 서울시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 연합뉴스
    ▲ 서울시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 연합뉴스
    “포기할거면 빨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매일이 희망고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푸념이다.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작업이 마냥 늘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 M&A 무산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회사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운항률은 10% 남짓, 직원 절반이 휴직 상태로 문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가 벌써 6개월이 다되어 간다.

    정부 보조를 받아 가까스로 유급휴직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9월이면 끊긴다. HDC 외 다른 대안을 찾아보려 해도 인수단 눈치에 말도 못꺼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선협상자인 HDC가 최고가 2조5000억원을 써내며 SPA 체결 당시 가졌던 기대는 온데간데 없다.

    코로나 여파까지 덮치면서 8개월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시간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인수 의지를 의심말라"던  HDC의 최근 분위기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돌연 부채비율 등을 언급하며 “당초 조건으로는 못 사겠다”고 주장한다. HDC는 올 1분기 아시아나 부채가 작년 대비 1만6126% 늘었다며 회계 신뢰까지 의심하고 있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일시 효과로 해석하는 항공업계의 평가와는 사뭇 차이가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아시아나에 진을 친 HDC 인수단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최근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일각에선 조심스레 ‘플랜B’를 거론하지만 딜이 깨진 것도, 진행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이다 보니 좀체 진척이 없다.

    그사이 경영 환경은 더욱 어려워졌다. 최근 운항률은 10.5%가 고작이다. 일거리가 없어 1만명을 웃도는 임직원 중 절반은 휴직 중이다. 6개월간 직원 임금 70%를 보전해주는 정부 고용지원금도 9월 말이면 종료된다.

    자연스레 고용불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 정몽규 HDC그룹 회장 ⓒ 뉴데일리경제
    ▲ 정몽규 HDC그룹 회장 ⓒ 뉴데일리경제
    보다못한 금호산업은 얼마전 HDC에 거래 마무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금호 주장은 “러시아 결합심사 등 선행조건이 완료됐으니 인수를 마쳐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HDC는 차입금 등 아시아나 재무상태 증명이 먼저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관련해 HDC 관계자는 “(최근 진행 상황에 대해) 확인이 불가능 하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는 HDC가 지난달 초 아시아나 부채와 계열사 부당지원 등을 언급하며 조건 재협상을 요구했던 것을 상기하며 사실상 거래 포기 명분을 쌓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산은 등 채권단도 난감한 모습이다. 이동걸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제발 얼굴 좀 보고 얘기하자"고 HDC를 압박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채권단은 이미 거래조건 변경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만큼 더 내놓을 게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채권단이 '3주 이내 결론'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 발언 등을 통해 그간 채권단 입장은 충분히 밝힌 것 같다”면서 “(추가 협상과 거래 진행은) 거래 당사자인 금호와 HDC가 알아서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HDC가 조만간 관련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 사례를 참고해 전략을 실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수 포기 또는 정부 대책에 따른 거래 흐름 변화 등이 예상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HDC에게 제주항공의 거래 포기는 좋은 예시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인수 후 리스크만을 고려한 제주항공의 결정을 따라갈 확률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항공사 매각 무산을 학습한 정부 움직임이 가장 큰 변수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아시아나 매각에 의지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HDC도 조만간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