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대산 특화산단 철수대림산업은 美 석화단지 접어LG화학-롯데케미칼 일부 생산라인 중단 고려도
  • ▲ 대림산업 여수공장. ⓒ대림산업
    ▲ 대림산업 여수공장. ⓒ대림산업
    석유화학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국내외 설비투자를 연기하거나 철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업황 악화와 수익성 하락으로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기도 한다.

    불투명한 미래 그 자체를 리스크로 보는 기업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생존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최근 서산시,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과 함께 검토했던 대산 첨단정밀화학 특화산업단지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이 사업은 2023년 12월까지 충남 서산시 대산읍 일원 219만㎡ 부지에 정밀화학업종 중심의 산단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에쓰오일이 앞서 매입한 대산2일반산단 토지 111만㎡를 롯데케미칼과 한화토탈에게 팔고 에쓰오일은 그 대금으로 산단 맞은편 토지를 매입해 첨단화학단지를 완성하는 구조다. 여수, 울산 등과 함께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이면서도 국가산단으로 지정되지 않은 대산 석유화학단지를 산단으로 재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에쓰오일이 3월 열린 14차 실무협의회에서 사업을 포기하고 취득토지를 매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무안정성이 저하되면서 사업 추진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에쓰오일 측은 "2010년 부지 매입 후 최선을 다해 특화산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지난해부터 RUC&ODC(잔사유 고도화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 프로젝트 투자금 회수 지연, 정제마진 급락,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경영환경이 급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산공단에서 진행할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와 병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토지를 매각하는 고육지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토지대금과 그간의 금융비용을 포함해 약 1800억원에 토지를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분야 글로벌 디벨로퍼로 성장 중인 대림산업의 경우 1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오하이오주 석유화학단지 개발에서 철수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유가 급락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이 크게 늘어났다는 판단에서다.

    2018년 태국 최대 석유화학회사 'PTT 글로벌 케미칼(PTTGC)'의 미국 자회사인 'PTTGC 아메리카'와 공동으로 미국 내 석유화학단지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연간 15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에탄크래커(ECC)와 폴리에틸렌 제조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미국 석유화학시장의 경우 높은 운송비 부담으로 국내 업계의 진출이 어려웠던 곳이다. 오하이오주가 미국 내 대표적인 셰일가스 생산지역인 만큼 원료인 에탄을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미국 폴리에틸렌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동부 지역에 있기 때문에 물류비용 절감도 기대된 부분이었다.

    올해 초 오하이오주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개발허가를 내줌으로써 상반기 내로 최종 투자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당초 양사는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26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이번 사업 철수로 대림산업은 지금까지 투자한 사업개발비 1500억원을 포기하게 된다. 다만 주관사인 PTTGC가 대체투자자를 찾을 경우 사업개발비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LG화학은 여수 산단에 있는 무수프탈산(PA) 생산라인 철수를 검토 중이다. PA는 플라스틱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넣는 첨가제인 가소제(DOP)의 원료로, 생산 규모는 연 5만t 수준이다.

    최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에 대한 환경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PA사업 가세로 경쟁이 심화해 수익성이 지속 하락하자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해석이다.

    LG화학 측은 "현재 PA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 중이며 사업 중단에 대해서는 시황과 사업성 등을 고려해 검토하는 것"이라면서 "소규모 제품 생산라인 통폐합은 사업 합리화 차원에서 통상적으로 논의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라인 철수에 따른 인력은 다른 곳으로 분산 배치한다는 계획으로, 노동조합 등 관계자들에게 해당 계획에 대해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대표적인 과잉공급 제품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사업을 정리하고 해당 설비를 재정비해 고부가가치 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PTA의 원료가 되는 파라자일렌(PX) 생산라인 일부를 가중 중단하기도 했으나, 연간 60만t가량을 생산하던 PTA의 완전한 생산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PTA는 합성섬유 및 페트병의 중간원료로, 국내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이 최대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 때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이었으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대신 지난해부터 500억원가량을 투자해 추진해 왔던 고순도 이소프탈산(PIA)의 설비전환을 진행한다. 글로벌 1위 수준의 PIA 생산량을 더욱 높여 사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PTA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공백은 한화종합화학으로부터 PTA 45만t 규모의 제품을 공급받기로 협약했다. 협약을 통해 한화종합화학은 운휴 중이던 일부 설비를 재가동할 수 있게 됐다. 양사 모두 효율적인 생산라인 운영으로 수익성 향상이 기대되는 만큼 상호 '윈윈'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계획을 철수한다거나 사업을 정리한다는 것은 경영환경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라며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가 장기화되고 있어 경기 침체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오랜 기간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더라도 국산제품 가격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역시 이른 판단으로 철수한다면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것으로 비춰질 수는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를 덜어낸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올해 국내 석유화학 수출액이 최근 10년간 가장 저조한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올 하반기 수출액만 하더라도 전년대비 8.1%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전반적인 수요 위축과 공급 증가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수출액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에도 중국 등 경쟁국 생산설비 가동률이 정상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단가 하락 압박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외 인도, 미국 시장 내 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수요 감소세가 하반기 내 반전되지 못하면 수출단가 하락세가 더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국산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2015년 수준까지 하락해 다운사이클로 진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