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vs 조선사, 3개월째 씨름"철광석 톤당 100달러 넘은 지 한참""건조비용의 20% 차지… 감당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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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인해 철강업계의 실적 부진이 현실화되면서 조선업계와의 하반기 후판가 협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업황 악화와 원자재 가격상승 등으로 불황에 시달리는 철강업계와 글로벌 발주 부진으로 수주 절벽에 허덕이는 조선업계 모두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서다. 

    현재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은 국내 대형 조선사들과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후판은 선박 몸체에 주로 사용되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상·하반기로 나눠 1년에 두 번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양측은 지난 5월 말부터 올해 하반기 가격 협상을 시작했지만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타격으로 포스코 등 철강사들의 실적 하락이 현실화되면서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 됐다. 

    철강업계는 자동차 및 조선 등 수요산업들의 시황을 고려해 지난 수년간 자동차강판과 후판 등 철강재 가격을 동결해왔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 수요 회복 등 가격인상 명분이 충분한 만큼, 제품가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포스코는 2분기 별도 기준 영업손실 108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철광석 가격이 30% 이상 상승하며 원가 부담은 높아진 반면, 고객사인 자동차와 조선 등의 부진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줬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 21일 2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조선업계가 신조 수주가 매우 부진하다며 가격 인하를 요청하고 있지만 원료 가격 상승으로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철광석 가격은 110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평균(93.5달러)보다 약 20% 오른 상태다. 지난 2018년 톤당 60달러선에서 거래됐으나 지난해 100달러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2분기 전기로 부문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흑자로 돌아섰지만 하반기에도 어려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수요가 2분기 이후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이 여전히 코로나19 영향권에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현대제철은 전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상반기에는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서 t당 3만원 수준 인하가 있었다"면서 "하반기엔 철광석 등 원료 가격과 비조선 부문 물량을 보면서 별도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조선업계도 후판 가격 협상에서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까지는 LNG선의 수주 호조가 지속되며 불황 회복이 기대됐으나, 코로나19로 전 세계 발주시장이 침체되면서 수주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상반기 전 세계 발주량은 작년 대비 58.3% 감소한 57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기록했다. 이는 1996년 이후 가장 적은 물량으로 사상 최악의 수주절벽을 겪은 2016년보다도 25% 적은 수준이다. 

    신조 선박의 가격도 저점에서 머물고 있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선은 한때 2억 달러 이상의 호가를 유지했으나 현재는 1억8600만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선박 비용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 인상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사와 조선사 모두 원가 상승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하반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양측이 적정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