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12주 재실사 요구 거절… "인수후 해라"이동걸 회장 "현산 주장, 악의적 왜곡에 근거없어" 산은, 재실사 거부 왜… '거래종료' 기류 완연
  • "모든 법적인 책임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있습니다. 저는 금호와 산업은행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얼굴은 단호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로 기울어지면서 2500억원의 계약금을 둘러싼 소송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작심한 듯 '악의적', '왜곡' 등의 표현을 써가며 책임 소재로 현산을 지목했다. 

    산업은행은 3일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해 현산의 '12주 재실사' 요구를 거부했다. 산은이 현산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노딜은 굳어지는 분위기다.    

    ◆ "현산 주장, 근거없고 악의적 왜곡"

    이동걸 산은 회장은 "더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결단 시점에 왔다"면서 "모든 당사자가 거래종결 시점에 맞춰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호산업은 현산에 거래종결 시점으로 8월11일을 통보했다. 

    이 회장은 "계약무산시 계약금 소송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모든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번의 공문 내용이나, 현산의 주장은 상당부분 근거가 없었고 악의적으로 왜곡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금호는 신의성실하게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 계약 무산은 현산이 제공한 원인 때문이지 (계약금 반환) 소송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다시금 "(계약이) 무산되더라도 현산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본인들 책임은 본인들이 지는게 맞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쓸데없는 공방은 이제 마무리짓고 양측이 진지하게 협상 종결할 때가 됐다"면서 "7주간 엄밀한 실사를 하고도 자꾸 재실사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 산은, 재실사 거부 왜… '거래종료' 기류 완연

    당초 산업은행은 현산의 12주 재실사 제안을 4주로 단축해 수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기류가 바뀌었다. 산은이 해당 보도내용을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면서다. 현산의 재실사 요구는 시간끌기용일 뿐, 거래를 진행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걸 회장이 "협상을 종결할 때가 됐다"고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날 최대현 부행장은 "현산의 과도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면서 "재실사는 인수 후에 제한된 범위서 논의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 부행장은 "그동안 수많은 M&A 경험했지만 당사자 면담이라는 기본 협의조차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무산이 불가피 하다"고 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말을 아껴온 플랜B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언급했다. 최 부행장은 "인수여부가 불투명한 경우, 플랜B 준비는 당연하다"면서 "매매시도단계부터 준비했다"고 했다. 

    최 부행장은 "채권단이 아시아나가 정상적으로 영업하도록 주식전환을 통해 채권단 주도 경영관리방안을 마련하는 방안이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안은 추후 공개하겠다"고 했다. 

    다만 산은이 관리하는 것을 두고 '국유화' 언급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였다. 

    최 부행장은 "산은이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을 가지는 것이 국유화는 아니"라면서 "이런 표현들이 자칫 신용도와 외부영업활동 등에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은행의 관리'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했다. 

    아울러 최 부행장은 "현산이 증자나 계약금 추가납입 등 방법으로 매각 진정성을 보여줬다면 시장이 신뢰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산은 관리+기안기금→ 재매각 절차 밟을 듯

    수일 내 아시아나의 '거래종료'가 공식선언되면 산은 관리 하에 정상화 과정을 거친 뒤 재매각에 나서게 된다. 

    먼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최 부행장은 "이사아나는 기안기금 시행령이 정한 지원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면서 "기금신청을 하면 운용위서 정상적인 경영안정이 가능한 규모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산은이 아시아나 매각에 나섰을 때부터 경영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던 만큼 회사가 안정을 찾은 뒤 다시 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최 부행장은 "시장 여건이 허락하면 재매각을 빨리 추진해 제대로된 인수주체가 관리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면서 "대형 사모펀드가 인수를 원할 경우 정부의 투자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다른 대기업 그룹의 (매각도) 다 열어두고 진행할 것"이라 했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 재실사 거부 뜻과 함께 거래종결 압박까지 내놓으면서 현산이 오는 11일 이전에 입장을 표명할 지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은의 이러한 태도는 거래를 종료해도 잃을 게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면서 "이제 현산의 입장표명만 남았다. 현산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시간을 끈 게 맞는데 솔직하게 인수포기를 선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