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신규 확진자 300명대 급증… 코로나 2차 대유행 우려코레일 "영업적자 1조원 넘을지도"… SR도 첫 적자 불가피철도, 셧다운 없이 국민 이동편의 제공… 정부 지원은 없어공기업에 추가 혈세 지원 '부정적'… 부채 삭쳐주자는 의견도
  • ▲ KTX 빈 좌석.ⓒ연합뉴스
    ▲ KTX 빈 좌석.ⓒ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폐렴)가 급속히 확산하며 2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철도업계가 또다시 승객 급감사태를 맞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철도는 기간산업에 해당하지만 항공·해운업과 달리 코로나19 사태에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처지다. 철도업계 안팎에선 부채 감면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견해지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공기업에 혈세를 추가로 지원해 적자를 메꾸는게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수도권 교회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총 190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신규확진자는 14~20일 일주일간 세자릿수를 기록했고 이날 324명으로 집계되면서 300명대로 올라섰다. 감염경로를 알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율은 14.7%다.

    정부는 현재 일일 확진자수와 깜깜이 환자비율 등을 고려해 '2단계 거리두기'를 시행중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8일간 100명 이상 환자가 발생하는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만큼 방역 수위를 상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단계 거리두기는 2주 평균 일일 확진자수가 100∼200명 이상이고 일일 확진자수가 2배로 느는 현상이 일주일내 2회 이상 발생할 경우, 의료 역량과 사회·경제적 비용, 유행 지역의 특성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 ▲ 수서고속철 역사 코로나19 방역.ⓒ연합뉴스
    ▲ 수서고속철 역사 코로나19 방역.ⓒ연합뉴스

    철도업계는 방역당국의 거리두기 강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승객이 급감하며 적자에 허덕이는 와중에 방역 수위가 재차 상향 조정되면 그로기를 넘어 녹다운 상태가 될 수 있어서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지난 19일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승객 수요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영업적자는 상반기 6000억원 규모이고 심하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서발 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에스알(SR)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권태명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세종시 모 음식점에서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로 지난해보다 30%쯤 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지난해 180억원의 순익을 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적자가 예상된다. 규모는 300억원쯤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된 이후 고속철 이용객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 수도권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이용객이 다시 떨어질 기미가 나타난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승객이) 70% 수준까지 회복하다가 최근 다시 70% 미만으로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 승차인원은 이달 1일 14만8785명으로 지난해(20만9032명)의 71.2% 수준이었다. 이후 지난 12일까지 70~80% 수준을 이어오다 신규 확진자가 200명대로 급증한 18일 이후로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일에는 10만2368명으로 전년 대비 59.9% 수준까지 줄었다. 14~17일 이용객이 90% 이상으로 급증했으나 임시공휴일(17일) 포함 사흘간 연휴가 이어지며 이용 수요가 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보통 여름휴가 피크는 8월 첫 주 주말인데 올해는 긴 장마로 휴가가 늦춰진 것도 일시적으로 승객이 늘어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SR도 지난 19, 20일 이용객이 다소 큰 폭으로 감소했다. SR 관계자는 "19일과 20일 승객이 전주와 비교해 15~20%쯤 줄었다"면서 "여름휴가 피크가 지난 영향인지, 코로나19 확산 여파인지는 이번 주말을 넘겨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 ▲ KTX산천-SRT.ⓒ연합뉴스·SR
    ▲ KTX산천-SRT.ⓒ연합뉴스·SR

    철도는 항공·해운업과 함께 중요한 기초산업이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선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해운업계에 유동성을 지원해왔다. 해운의 경우 정부가 나서 회사채를 사들이고 선박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60~80%에서 최대 95%까지 확대하는 등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단기 유동성 공급에 총력을 기울였다.

    항공업도 마찬가지다. 저비용항공사(LCC)뿐 아니라 대형항공사(FSC)도 자구노력을 전제로 긴급자금을 수혈해줬다.

    철도는 항공업이 셧다운(운항 중단) 상황을 맞았을 때도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묵묵히 국민의 이동 편의를 제공해온 셈이다. 코레일과 SR은 승객이 줄어 적자 규모가 커지는 데도 기존처럼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선로사용료로 내왔다. 하지만 지난 6월17일 열린 철도산업위원회에서 철도운영사의 선로사용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등의 지원방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철도업계에선 코레일 등 철도공기업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정부분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철도전문가들은 뾰족한 지원방안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레일, SR 같은 준시장형 공기업에 국민 혈세를 지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가 적잖다.

    다만 일부 철도전문가는 코레일과 SR 등 철도운영사가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추가 비용 등을 부채로 안고 정부가 이를 일정 부분 삭쳐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철도운영사의 부채 일부를 탕감해주는 방식으로 적자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한 철도전문가는 "과거 코레일이 철도청에서 분리될 때 경영상의 문제로 부채를 탕감해준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철도청 시절 코레일의 공사 출범을 앞두고 1996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누적 철도 부채를 각각 1조5000억원씩 총 3조원을 탕감해줬다. 덕분에 코레일은 공사 출범 당시인 2005년 부채비율 51%(부채액 4조5000억원)의 건전한 재무상태로 새 출발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