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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아파트를 통째로 구입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둔 전문임대업체가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입주민들은 회생절차가 받아질 경우 소유권 이전이 더 어려워져 피해가 커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세종시 아름동 '영무예다음'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28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J산업의 기업회생을 결사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단지는 당초 2012년 분양 당시 5년 임대후 입주민들에게 우선 분양하는 조건으로 지어진 분양전환 공공임대아파트다. 민간건설사 입장에선 분양 당시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아파트 시행사인 Y건설이 2017년 부동산 임대관리 전문업체인 J산업에 이 단지를 통매각하면서부터다. J산업은 같은해 12월 587가구 전부를 각각 2억5000만원에 구매했다고 국토교통부에 실거래 신고했다.
J산업은 지난해 9월 분양전환을 앞두고 전체 587가구(전용 84㎡)중 절반이상을 입주자 자격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적격' 통보한후 분양전환시키지 않았다.
입주민들은 "이는 세종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이 아파트의 시세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 23층 전용 84㎡가 이달 8일 6억78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분양전환가격인 2억6000만원에서 4억원 이상 가격이 오른 것이다. J산업은 분양전환을 하지 않은후 다른 사람에게 팔아 가구당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J산업의 이같은 사례는 세종시뿐만이 아니다. 전남 광양시 중마동 소재 '송보파인빌 5차'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민들도 지난 2017년 J산업이 사들이면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분양전환 과정에서 전체 521가구중 316가구가 부적격 판정을 받아 쫓겨났다는 것이다. 당시 J산업은 임대주택법에 따라 우선분양대상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같이 J산업이 사들인 임대주택 단지는 '영무예다음', '송보파인빌5차'를 비롯해 경남 거제도 '덕진봄', 강원 속초 '대광로제비앙', '삼호' 등 전국적으로 7~8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산업이 제출한 2018년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보유자산만 5485억원에 달한다. 이중 임대주택 등 부동산 자산이 5217억원(95%)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해 영업이익도 54억원에 이를 정도로 알짜다.
입주민들은 그랬던 곳이 갑자기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파산하는게 납득되느냐고 반문한다.
박선애 '세종시 영무예다음' 임차인 회장은 "J산업은 그동안 임대사업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고 선량한 임차인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해왔다"며 "회생절차 개시를 통해 시간을 더 갖게 되면 앞으로도 임차인에게 더 많은 고통을 가할 기업이라는 점, 법의 허점을 이용해 국가 정책적 목적에 반해 국민의 주거안정을 해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때 회생절차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J산업측은 "법원의 관리 아래 진행되는 기업구조조정 절차인 기업회생을 최근 관할 법원에 신청했다"며 "지금 당장이라도 임차인 및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찾아뵙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지만 코로나19 정국속에 당국의 집합금지명령으로 여의치 않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는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할뿐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