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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우한폐렴) 재확산 등으로 인해 서울아파트 거래가 급감했지만 매매가격은 신고가를 경신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거래량이 줄면 가격도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정부 규제로 인해 '똘똘한 한채' 선호현상이 짙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148건에 그쳤다. 신고기한(30일)이 남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난달(1만615건)의 20%에 불과하다. 올들어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 6월(1만5591건)에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서울아파트 매매는 '7·10부동산대책'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7·10대책 직후 열흘(11∼20일)간 거래량은 2428건으로 대책 직전 열흘(1∼10일, 5544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재확산하면서 전반적으로 거래 침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면 상반기와 같이 부동산 시장이 하락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매매 시장의 매물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고 이 때문에 매물 잠김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거래가 줄면 가격이 떨어지는 일반적인 모습이 달리 서울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 신고가와 급매물이 시장가격을 왜곡시켰던 상반기의 혼란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 전용면적 144㎡는 지난 10일 40억원(12층)에 실거래됐다. 직전 거래이자 이전 최고가였던 지난 6월 36억7000만원(12층) 대비 두달 새 3억3000만원이나 뛴 셈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전용 112㎡는 지난 15일 32억원(4층)에 팔려 지난달 3일 31억원(27층)에 거래된 것보다 1억원 올리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북지역도 신고가가 이어졌다. 노원구 신동아 전용 101㎡는 지난 1일 10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이 지난 2월 9억6000만원, 3월에는 9억1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1억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정부 규제로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매도하는 대신 증여나 지방 주택을 처분하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채' 선호현상이 짙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과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 사이에 간극이 크게 벌어지면서 눈치보기가 치열해진 분위기"라며 "다만 정부가 양도세를 올리면서 다주택자들이 지방 주택을 매도하거나 친족에게 증여하는 식으로 버티면서 똘똘한 한채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