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신경에 건강한 신경 이식하는 수술방법
  • ▲ 양진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 ⓒ한림대춘천성심병원
    ▲ 양진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김모(가명, 여, 58세)씨는 지난해 1월 한 대형병원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종괴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오른손 마비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수술 중 상완신경총 신경을 잘못 건드린 탓에 마비가 온 것이다.

    상완신경총이란 목부터 겨드랑이 사이에 위치한 신경다발로 손, 손목, 팔꿈치, 어깨의 운동과 감각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부위에 손상을 입으면 운동·감각·자율신경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상완신경총 손상이 심각할 경우 한쪽 상지(어깨와 손목 사이의 부분)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치료를 포기하던 순간 그녀는 2019년 10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양진서 교수를 찾았다. 

    양진서 교수는 “당시 환자는 팔을 앞뒤로 흔드는 정도의 움직임은 가능했지만, 주먹을 쥐거나 가벼운 물건조차 들기 어려운 상태였다. 장기간 마비된 팔로 지낸 탓인지 정신적으로도 크게 위축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검사결과를 본 양진서 교수는 신경치환술로 환자의 손을 치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마비된 손 주변에 죽은 신경을 대체할 수 있는 신경들이 있었고, 증상 발생 후 9개월이 흘렀지만 손 주변의 근육과 신경이 고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8시간에 걸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김모씨는 수술 뒤 손에 감각이 돌아왔고, 4개월간의 재활치료를 거쳐 현재는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양진서 교수는 “손을 앞뒤로 돌려주는 신경을 박리해 손가락을 위로 올리는 신경으로 이식한 결과 환자는 손에 힘을 주어 물건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이전과 같은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된 환자를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경치환술은 단어 그대로 손상된 신경에 건강한 신경(공여신경)을 연결(치환)해 주는 수술법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상완신경총이 손상돼 한쪽 팔이 마비된 경우, 건강한 신경을 찾아 손상받은 부위의 신경에 연결해주는 방법으로 마비된 팔의 감각과 운동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신경치환술은 정형외과에서부터 신경과, 신경외과 영역까지 섭렵하고 있어야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세수술 중 최고난도 수술로 꼽힌다. 

    작년 한림대춘천성심병원에서 신경치환술을 받은 상지·하지 마비환자 모두 근력등급이 완전마비 상태에서 근육의 힘으로 관절을 가동할 수 있는 ‘3~4등급’까지 호전됐다. 

    양진서 교수는 “신경치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수술 방법 즉 ‘이식할 신경’을 결정하는 과정이다”며 “많은 신경 가운데 공여신경과 대체신경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수술의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