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매출 공백 앞둔 삼성-SK-LG 위기감 고조..."득보다 실 크다"일본 소니 등 부품사 타격 더 심각...화웨이 스마트폰과 통신장비에 3분의 1이 '일제'TSMC, 화웨이 거래 중단한 8월에도 '매출 호조'...다양한 고객군 확보로 리스크 상쇄 '저력'
  • 미국이 화웨이를 겨냥한 제재에 수위를 높이면서 화웨이와의 관계 청산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다수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오는 15일부터 화웨이향(向) 매출이 사실상 끊기게 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당분간 실적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지난 5월부터 화웨이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지 않은 대만의 TSMC는 건재함을 과시해 대조된다.

    화웨이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등에 들어가는 부품 30%를 담당했던 일본도 이번 제재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오는 15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납품을 사실상 막는 제재안을 발효하면서 글로벌 ICT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우선 가장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삼성과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 등을 공급하며 연간 8조 원에서 10조 원 가량의 매출을 올려왔을 정도로 화웨이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는 그동안 연간 매출의 약 3%를 화웨이에서 채워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강자 삼성에게 화웨이 말고도 주요 고객군은 탄탄한 편이지만 최대 8조 원에 달하는 매출 공백을 채울 대안은 당분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스마트폰이나 통신장비를 두고 화웨이와 점유율 경쟁을 하고 있어 이 부분에서 상쇄효과가 일부 일어날 수는 있지만 반도체만큼의 매출과 이익을 담보할 수는 없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의 11% 넘게 화웨이에 의존해왔다는 점이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액 규모로는 삼성보다 적은 수준일 수 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상 메모리 비중이 절대적인 SK하이닉스에게 큰 손 화웨이와의 거래 단절은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내 디스플레이 분야도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칩이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를 화웨이에 납품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 오히려 스스로의 발등을 찍었던 일본은 이번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다시 한번 큰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이번 미국의 제재로 일본이 가장 큰 매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본의 소니, 대만의 TSMC가 이번 제재로 총 2조 8000억 엔(약 31조 원)의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하며 이 중 화웨이 부품 공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일본업체들의 타격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소니는 화웨이에 연간 수조 원 규모의 스마트폰 이미지센서를 납품하고 있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으로 꼽혔다. 전체 이미지센서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49% 점유율을 가진 소니에게 화웨이는 애플과 함께 핵심 고객군 중 하나로 자리잡은지 오래기 때문이다.
  • ▲ TSMC 팹 전경 ⓒTSMC
    ▲ TSMC 팹 전경 ⓒTSMC
    한국과 일본업체들이 이처럼 화웨이 리스크로 전전긍긍하는 반면 일찌감치 화웨이를 손절한 대만의 TSMC는 이후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어 주목받는다.

    화웨이의 칩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맡아왔던 TSMC는 미국의 제재가 시작된 지난 5월 이후 화웨이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 7월에는 TSMC의 매출이 6월 대비 12.3% 줄어 화웨이 타격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화웨이는 TSMC 연간 매출의 14%를 차지했을만큼 비중 높은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TSMC가 밝힌 지난 8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가까이 늘어난 1229억 대만달러(약 5조 원) 수준이었다. 7월에는 주춤했던 매출이 불과 한달만에 16% 가량 늘면서 다시 5조 원대로 올라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TSMC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매출을 회복할 수 있었던 데는 화웨이 공백을 메꿀 다른 고객사들의 충분한 주문이 발판이 됐을 것이란 예상이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하이실리콘 주문을 받지 못하게 되면 이 자리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고객사로 대체할 수 있다"며 이미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TSMC는 파운드리 글로벌 점유율 54%가 넘는 브랜드 파워로 기존 고객들의 물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도 막힘이 없어 화웨이 공백을 빠르게 해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고객인 애플과 구글,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이 주문량을 늘려 TSMC와 더욱 공고한 관계를 구축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매출 공백이 발생하며 TSMC와 같은 시장 절대 강자가 더 각광받는 한편 단순히 화웨이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들은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국내 메모리업체들이 TSMC처럼 빠르게 대안처를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