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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동 부지를 둘러싼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갈등이 권익위 중재로 절충안 마련이 기대됐지만, 3개월 넘게 지지부진 하고 있다.
15일 권익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고충민원을 비롯해 총 세 차례 제출한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 중단 의견이 아직도 표류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 행정절차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지난 6월 1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8월 12일에는 송현동 부지에 대한 서울시의 일방적 지구단위계획변경안 강행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8월 25일에도 코로나19 위기극복에 필수적 자구안인 송현동 부지에 대한 매각을 방해하는 서울시의 행위 일체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첫 번째 의견서 제출 이후인 8월 20일 권익위가 양측을 불러 1차 조사회의를, 9월 1일에 2차 조사회의도 진행됐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이후 예정된 조사회의나 추가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
권익위는 8월 12일 의견서 접수를 기점으로 최장 120일까지 권고안 마련이 연장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12월까지 시간을 벌어 놓은 상태에서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그 전에라도 중재안이 나올 수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자료제출 및 추가 조사회의 등 필요에 따라 접수일로부터 최장 120일까지 연장될 수 있어 늦으면 12월쯤 결론이 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간에 담당 조사관이 바뀌었고, 갈등이 첨예해서 신중하게 사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양측에도 언론 플레이 등을 자제해달라고 당부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권익위의 '주의' 조치 이후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양측 모두 송현동 부지 관련해서 권익위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자세를 낮추는 모양새다.
문제는 권익위가 공익과 사유재산 사이에서 어떻게 중재할 수 있을지다. 권익위 권고안이 법적인 효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상징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서울시도 그동안 강력하게 주장했던 공원화 계획을 권익위 권고안에 따라 수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적 소송으로 가기 전에 1차 판결에 준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항공은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한항공으로서는 자구안 마련이 시급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제 값을 받고 매각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공원화를 강행할 태세다. 10월 초 도시계획심의위까지 잡아놓았다.
자칫 권익위 권고안이 '뒷북'이 될 우려가 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무슨 눈치를 살피는지 권익위는 쉽사리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시가 급한 대한항공 입장에선 속이 바짝 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서둘러 권익위가 권고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행정절차가 이번을 계기로 제동이 걸리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서울시에 일침을 가했다.
경총은 지난달 30일 배포자료를 통해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추진은 민간의 재산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한항공이 자구책을 통해 코로나19 경영·고용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지정 계획을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사들여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지난 5월에 밝혔다. 송현동 부지 비용으로 4671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시장의 평가액보다도 낮은 것은 물론 이 돈을 내년에 10%(467억원), 2022년에 나머지 90%(4204억원)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사정이 급한 대한항공은 이와 별도로 부지 매각을 진행했다. 지난 6월 10일 진행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당초 15곳 정도에서 관심을 표명했지만, 서울시가 매입 의사를 밝힌 이상 인허가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사업 진행이 힘들다고 판단해서다. 이후 송현동 부지 매각 절차는 중단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