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사 후 연내 'LG에너지솔루션' 출범 계획"물적분할, 모회사 디스카운트 등 주주이익 훼손 우려"기관투자 움직임… 금융소비자원도 "바람직한 기업자세 보여야"
  • ▲ LG화학 여수공장. ⓒ연합뉴스
    ▲ LG화학 여수공장. ⓒ연합뉴스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기관투자자들은 주주가치 훼손 여부 검토에 나섰으며 분사를 결정하는 임시주주총회에서의 반대 움직임도 관측된다. LG화학의 물적분할에 대한 우려 해소 등 적극적인 주주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10월30일 임시 주총을 열고 분할계획을 승인 받은 뒤 12월 배터리 부문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본격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분할의 경우 특별결의사항으로, 주총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LG화학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LG로, 상반기 기준 30.06%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어 주총은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LG화학은 이전부터 배터리 부문 분할을 꾸준히 시사해왔지만, 투자자들은 분할 방식을 두고 반발하고 있다.

    LG화학이 추진하는 물적분할은 기업의 자산, 부채 등 재산만 분할해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기존 회사는 분할로 떨어져 나가는 신설 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한다. LG화학의 계획대로 분사가 완료되면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된다.

    LG화학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사업 특성상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인적분할보다는 물적분할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2분기부터 배터리 부문이 본격적으로 흑자전환한 만큼 사업을 키울 호기라고 본 것이다.

    LG화학 측은 "신설법인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모회사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R&D 협력을 비롯해 양극재 등의 전지재료사업과의 연관성 등 양사간 시너지에 대한 장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반면 투자자들은 물적 분할되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되면 LG화학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고, 성장성을 갖춘 자회사에 비해 기업가치가 할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로 보고 있다.

    실제 분할 발표 이후 LG화학의 주식은 흔들리고 있다. 물적분할 발표일인 17일 종가는 64만5000원으로, 전날 68만7000원에 비해 6.11% 하락했으며 23일(63만원)까지 5거래일 동안 8.29% 줄어들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분할 후 각 사업부가 적절한 사업가치를 평가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합계액이 분할 전 기업가치에 못 미칠 수 있다"며 "원래 기업가치가 100이었던 기업을 둘로 쪼개면 50+50=100이 아니라 100 이상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둘로 쪼갠 후 100 미만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존 주주이익은 당연히 훼손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설법인이 상장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복 투자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배터리의 성장성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은 신설법인에 직접 투자하면 된다"며 "이러한 선택적 투자는 LG화학이 보유한 신설법인의 지분가치에 대한 할인요소가 된다. 이 역시 주주이익 훼손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 ▲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이처럼 기존 주주이익이 훼손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투자자들도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보유지분은 크지 않지만,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도입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상 투자기업의 중대한 의사결정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결권 및 주주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LG화학의 지분 구조를 보면 지주회사 LG 및 그 관계인이 33.73%를 갖고 있고 국민연금이 10.51%를 보유하고 있다. 그 외 5% 이상 주주들은 없고, 외국인 지분율은 36.69%(23일 기준)이다. 국내에서 개인과 자산운용사 등이 20%가량을 갖고 있는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몰릴 정도로 LG화학의 물적분할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들의 선택이 주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그룹의 지분을 고려하면 발행 주식 수 3분의 1 이상 동의는 문제없지만,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등이 임시 주총장에서 대거 반대를 행사하면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 요건을 못 채울 수도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기업가치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전지사업 부문의 미래 성장 기대감이 LG화학 주가를 부양한 것이 사실"이라며 "개인투자자 유입으로 주가를 끌어올렸으면서 사업 분할 카드를 꺼내든 것은 결국 소액주주들을 우롱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주주들의 반대 때문에 분할이나 합병 계획을 취소한 전례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현대모비스를 존속 부문과 분할 부문으로 나누고 분할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현대모비스에 불리하다며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 의견을 내놨고, 주주들도 거세게 반대하면서 현대차는 결국 이를 철회해야 했다.

    금융소비자원의 경우 물적분할 후 기업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소액투자자들의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론상 물적분할은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삼성물산에서 물적분할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회사의 기업가치를 뛰어넘는 등 국내 시장에서는 지주사들의 주식이 저평가되는 '모회사 디스카운트' 사례가 흔하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원은 "LG화학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시장참가자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윤리적 책임과 자본시장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의 기업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충분하고 필요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송미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회사가 '물적분할이 주주에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분할방식, 사업계획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주주들과 소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분사 결정 이후 부정적 여론이 펼쳐질 것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사악한 것이다"며 "LG화학뿐만 아니라 LG그룹 상장사 전반적으로 시장과의 소통능력을 더욱 키울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배터리 신설법인이 상장되더라도 LG화학과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 모두 한국거래소의 '2차전지 K뉴딜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의 경우 배터리 사업 부문이 분사되더라도 첨단소재사업본부에서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에 포함된 기업 중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10개 기업을 지수에 편입한다"며 "방법론에 따르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모두 시총 규모가 상위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차전지 K뉴딜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BBIG K뉴딜지수에는 두 회사 중 한 곳만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 그룹에서 두 개의 기업이 종목에 편입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BBIG K뉴딜지수의 경우 동일 기업집단에서 두 개의 종목이 들어가면 해당 그룹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에 기업집단당 한 개 기업만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며 "기준은 시총으로 결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