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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로 기업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상황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계속되는 기업 옥죄기로 가뜩이나 기업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뒷배가 돼 숨통을 터줘야 할 제1 보수야당이 되레 뒤통수를 친거나 진배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거여(巨與)를 의식해 모종의 정치적 포석을 깐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존폐의 갈림길에서 고전하는 기업인의 기를 살려주진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고 한가롭게 '정치질'을 할때냐는 목소리가 적잖다. 문재인 정부의 반(反)기업 입법을 살펴봤다. <편집자 註>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3일 우리나라 비금융기업의 상반기 영업실적을 두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대로라면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26개 기업 영업실적 평가결과 15곳이 부정적, 6곳이 중립적 평가를 받았고 긍정적 평가를 받은 곳은 불과 5곳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 경기불황 여파가 경영악화의 직격탄으로 작용한 셈이다.
글로벌 펜데믹 과정에서 우리 기업은 코로나19 극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내수침체에 직면하자 경기회복을 위해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9월 들어 수출이 회복세로 전환되며 한시름 놓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같은 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 국내 여건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경기의 숨통이 트일만 하자 정부가 또다시 기업옥죄기 기조로 복귀하려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20대 국회에서 무산된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재·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에는 야당의 반대로 심의조차 되지 못했지만 정부는 21대 국회들어 슈퍼여당의 기세를 업고 3개 법안의 법제화를 위해 '공정3법'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을 들이대고 있다.사실상 ‘기업장악 3법’이라는 비판이 거세 가운데 노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악재에 이어 정부의 反기업정책은 재계의 한숨만 불러오는 상황이다.
3개 제·개정법안으로 두고 정부는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공정경제 입법과제라는 입장이다.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근절과 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이 확보될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재계는 기업경영 위축은 물론 경영권마저 위협받는 독소조항이 담겨있다며 반발하고 있다.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외국자본 투기판 만들어 주는꼴
3개 법안중 상법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공정거래법의 경우 전속고발제 폐지와 사익편취 규제 강화·지주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 등 기업집단 규율법제 개선, 금융그룹감독법은 자산 5조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非지주 금융그룹을 감독대상으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
문제는 심각한 독소조항이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가 주식회사의 기본룰에 위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감사위원은 감사역할도 하지만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멤버로 분리선출하게 되면 대주주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받게 된다.
이 경우 기업의 방어권 침해가 불가피하다. 해외 투기펀드가 감사위원 후보를 주주로 제안하고 이사회도 진출할수 있다. 분리선출제도 시행시 투기펀드의 머니게임에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 투기펀드가 3%씩 지분을 쪼갠후 투기세력이 연합해 회사를 공격할 수 있어서다.
만일 이사회에 진출한다면 사업구조조정 등 각종 안건에 제동을 걸 수 있고 경영을 방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재계는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특정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하고 기존 대주주에게 M&A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일정한 프리미엄을 얻어 주식을 매입하도록 요구하는 행위인 그린메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투기펀드가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출하는 대주주 의결권 3% 룰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재계는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도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50% 초과로 되어 있는 소송제기요건을 지분율 99% 초과로 상향조정하자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지금처럼 50% 초과시 인정할 경우 51% 주주와 49% 주주간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는 점, 해외에서는 100% 완전 자회사에만 허용하고 있다는 점, 1주만이라도 외부에 매각하면 100% 지분율 요건을 회피가능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역시 내부거래 규제대상을 획일적으로 확대하면 지주회사 소속기업들도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주회사의 경우 다른 회사 지배를 목적으로 자회사 지분율이 평균 72.7%(상장 40.1%, 비상장 85.5%)에 달하기 때문이다.
정영석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현행 지주회사제도는 기업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제도도입 및 지분율 상향을 유도해 왔는데 정책에 순응해 자회사 지분율을 높인 회사가 오히려 규제를 받는 정책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주회사에 속한 계열사간 거래에 대해서는 내부거래 규제의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대한 의결권을 15%로 제한하는 내용도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순기능까지 약화시킬 있다는 우려가 높다.
공익법인 보유 주식에는 우호주주기능이 담겨있는데 의결권을 제한하면 기업이 공익법인에 출연할 유인이 사라지고 이는 공익법인 재원축소 및 사회공헌활동 위축도 불가피하다.
재계는 외국에서도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입법례는 없으며 주요국들은 공익법인의 주식보유한도를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더 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공신력있는 기관이 공익법인의 공익활동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게 하고 ‘적정’ 인증을 못받고 ‘한정’이나 ‘거절’ 평가를 받은 경우에 한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이외에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 역시 기업에 대한 고소·고발이 일상화돼 기업경영 위축 초래를 불러 올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정영석 기업정책팀장은 “상법과 공정거래법에 일부 문제가 있다. 입법취지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해 비 합리적인 부담이 되지 않도록 법안이 만들어져야 하며 최소한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홍기용 인천대 경제학부 교수 “기업도 국민으로 봐야 한다. 기업을 옥죄면 국민을 옥죄는 것이며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것 역시 국민의 경쟁력을 악화 시키는 것”이라며 “기업은 국민 소득의 엔진인데 엔진을 꺼트려서는 안되다. 최첨단 기술을 무장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게 정부역할 이지만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