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현장조사 결과… "유서 등 월북 징후 안 남겨"국방부는 자진 월북 추정… 물때 변화·구명조끼 근거실종 미스터리 여전… 文대통령 "충격적·용납 안 돼"
  • ▲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연합뉴스
    ▲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연합뉴스
    서해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47)씨가 탔던 배의 폐쇄회로(CC)TV가 고장으로 작동되지 않아 실종 당시 동선 파악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경찰은 지도선을 조사한 결과 A씨가 유서 등 월북 징후를 남기지 않았다고 밝힌 가운데 국방부는 사실상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반도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충격적이고 매우 유감스럽다"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낡은 지도선 CCTV 먹통

    24일 인천해경은 A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499t)에서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내부에 설치된 CCTV 2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CCTV는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A씨 실종 당시 동선을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해수부에 따르면 무궁화10호는 1999년 6월 진수됐다. 선령(배 나이) 20년 된 낡은 배다. 해수부 관계자는 "보통 선박 대체 기준을 선령 25년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궁화10호는 퇴역까지 4~5년쯤 남은 상태였다.

    해수부는 해당 지도선이 출항할 땐 CCTV가 정상 작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다만 중간에 점검해보니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해상에서 작동하다 보니 전원공급 등 여러 변수로 장치가 정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요즘처럼 한참 어장이 바쁠 때 수리를 위해 지도단속 현장을 떠나기도 쉽진 않다"고 부연했다.
  • ▲ 해수부 어업지도선 공무원 피격 추정위치.ⓒ연합뉴스
    ▲ 해수부 어업지도선 공무원 피격 추정위치.ⓒ연합뉴스
    ◇월북 징후는 없지만, 가능성 배제 못 해

    해경은 선내 조사에서 A씨의 개인 수첩과 지갑 등 소지품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남겨진 유서 등 이렇다 할 월북 징후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다만 실종 당시 선상에서 A씨의 신발이 발견됐고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며 계속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사실상 A씨의 월북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A씨가 지난 21일 오전 8시가 지나 물흐름이 북쪽으로 바뀐 시간대에 없어졌고 실종 당시 구명조끼 등을 준비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북측이 표류하던 A씨에게 접근해 표류 경위를 묻고 '월북 진술'을 들은 정황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A씨 월북 여부는 논란거리다. 우선 국방부가 입수했다는 '월북 진술'이 명확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려진 바로는 군 관계자는 "방호복 등을 입은 북측 인원이 실종자(A씨)에게 접근해 표류 경위를 확인하면서 월북 경위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월북 경위 진술이 자진 월북 의사를 밝힌 것인지가 불명확하다. 군 당국은 A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을 어떻게 식별했는지에 대해선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북한군이 A씨를 발견했을 당시 A씨는 한 사람 정도가 탈 수 있는 부유물에 의지해 기진맥진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된 해상이 소연평도 남쪽 2.2㎞ 지점이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까지 직선거리로 10㎞쯤 떨어져 있었지만, 실제 A씨가 조류를 타고 흘러간 거리는 서해 NLL 북쪽에서 3~4㎞ 떨어진 등산곶 인근까지 38㎞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A씨는 지난 9일 무궁화13호를 타고 출항한 이후 17일 무궁화10호로 배를 옮겨탄 상태였다. 14일 인사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A씨는 무궁화13호에서 3년간 근무했다. 애초부터 월북할 계획이었다면 새로 옮겨탄 무궁화10호보다 모든 게 익숙한 무궁화13호에서 기회를 엿보지 않았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무궁화10호는 16일 목포항을 떠났다. A씨로선 평소보다 바다 위에 머문 시간이 길었던 상태로 불과 사나흘이면 교대 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A씨는 근무태도가 성실하고 대인관계도 원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등항해사 출신이라 나름 조직 내에서 리더십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문 대통령 "北 책임있는 조처 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보고받고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군을 향해 "경계태세를 더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미국 현지시각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게 유엔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비대위 회의에서 "북한은 달라진 게 없는데 문 대통령은 어제도 종전선언을 운운했다.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