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기관장 82명' 현미경 검증 개시5월 보고서 작성 후 6월 중 공운위서 확정비계량 지표 67점 달해 '주관적 평가' 논란"정당평가"라지만 "전 정권 인사 축출용" 비판
  • ▲ 공공기관장 평가를 둘러싼 분위기를 시각화한 AI이미지. ⓒCopilot
    ▲ 공공기관장 평가를 둘러싼 분위기를 시각화한 AI이미지. ⓒCopilot
    정부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장을 대상으로 13년 만에 별도의 경영평가에 착수하면서 공공기관 안팎에선 이번 평가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을 겨냥한 이른바 '솎아내기'식 퇴진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10일 관계 기관 등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말 기준 재임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전현직 기관장(공기업 27명·준정부기관 55명)을 대상으로 이달 중 기관장 인터뷰와 실사를 마무리하고, 6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과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평가는 2013년 이후 13년 만에 기관 평가와 기관장 평가를 분리해 시행한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그간 기관 평가에 흡수돼 개별 책임 소재가 모호했던 구조를 깨고 '기관장 개인'의 성적표를 따로 매기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를 선별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선 벌써부터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관이 우수한 성과를 내면 기관장의 거취를 압박할 명분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기관은 잘했어도 기관장은 미흡했다'는 식의 논리가 가능해졌다"며 "사실상 전 정부 인사들을 축출하기 위한 맞춤형 평가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특히 논란의 핵심은 평가의 객관성이다. 이번 평가 항목 중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비계량 지표'의 비중이 전체 100점 중 67점에 달한다. 여기에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평가단의 의중에 따라 해임 건의 대상인 '아주 미흡(50점 미만)' 등급이 속출할 수 있는 구조이다. 

    야당 역시 리더십 평가 항목에 '조직구성원과의 소통'이 추가된 것을 두고, 노조의 목소리를 키워 기관장의 경영권을 흔들고 이를 빌미로 사퇴를 압박하는 전근대적 수단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공식 입장을 통해 "특정 인사를 겨냥한 솎아내기 목적은 결코 아니"라며 강력히 반박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에 따라 경영 혁신에 대한 기관장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공공기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국정과제의 일환"이라며 "절대평가 방식은 기관장 간의 단순 비교보다 개인의 역량과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과거부터의 일관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비계량 지표 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도 "성과지표 설정의 적정성이나 안전경영 노력 등은 전 기관에 공통적인 수치화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기관 평가와의 중복 문제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해명했다. 또 노조 영향력 강화 우려에 대해서는 "내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노력은 경영성과 창출을 위한 핵심 역량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장들이 인터뷰 준비에 사활을 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답이 정해진 평가'라는 회의론이 팽팽하다. 

    오는 6월, 4단계 등급으로 분류된 성적표가 공개되는 순간 공공기관가는 대대적인 인적 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통상 공공기관장 자리는 선거가 끝나면 이른바 '보은성' 자리로 활용됐기 때문에 6월 지방선거에서 낙마한 여당 인사들의 위로품이 될 여지도 봐야 할 대목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 정책 전문 교수는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보은 인사와 축출 논란이 공공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평가 제도가 정권의 인사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