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편안하다'는 편견 깨버린 CT4넉넉한 성능, 빠릿빠릿한 몸놀림… 8단 자동변속기는 아쉬워파워트레인 조합 뛰어난 CT5, 더 매력적인 선택지
  • ▲ 준중형 세단인 CT4 ⓒ캐딜락
    ▲ 준중형 세단인 CT4 ⓒ캐딜락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이 국내 시장에 ‘CT4’와 ‘CT5’를 출시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차급 중 하나인 준중형 및 중형 세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야심 차게 출사표를 내던졌다.

    지난달 22일 경기 용인시 스피드웨이에서 CT4와 CT5를 시승했다. 크기가 거대하고 편안한 차로 알려진 캐딜락이 잘 달려 봐야 얼마나 재밌을까. 이 같은 의문은 운전대를 잡자마자 풀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교한 제구력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명투수 같았다.

    먼저 준중형 세단 CT4 운전석 문을 열고 앉아 봤다. 낮은 차체가 안정감을 줬다. 새롭게 바뀐 실내 공간과 8인치 화면은 하나하나가 차분하게 정돈된 인상을 풍겼다. 운전대는 두툼한 두께의 가죽을 입혀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든다.

    서킷에 올라 속도를 높여봤다. 미국 차는 무겁다는 인식이 강한데, CT4는 경쾌하게 속도계 바늘이 움직였다. 시속 150㎞ 이상의 속도로 달려도 가속에 여유가 남아 있다. 2.0L 휘발유 엔진은 최고 출력 240마력, 최대 토크 35.7㎏·m의 성능을 도로 위에 쏟아낸다.

    특히 가속 성능은 “배기량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응이 즉각적이다. 엔진 회전수(rpm) 1500에서 최대 토크를 내는 ‘트윈 스크롤’ 기술을 넣은 것이 비결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직선 구간에선 시속 180㎞까지 마구 내달려도 결코 힘이 부족하지 않았다.
  • ▲ 준중형 세단인 CT4 ⓒ박상재 기자
    ▲ 준중형 세단인 CT4 ⓒ박상재 기자
    CT4의 진면목은 코너 구간에서 드러났다. 시속 100㎞의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자 매끄럽게 달려나갔다. 가벼워 불안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안정감 있으면서 힘있게 자세를 바로잡는다. 밟고 돌리는 만큼 빠릿빠릿한 몸놀림은 운전에 재미를 붙여줬다.

    50 대 50에 가깝게 차체 무게를 배분한 CT4는 이탈리아 브렘보의 디스크 브레이크와 고속 주행 때 공기의 소용돌이를 없애는 리어 스포일러 등도 달아 ‘잘 달리고 잘 서는’ 탄탄한 기본기를 다졌다.

    아쉬운 대목은 8단 자동변속기다. 이따금 단수를 헤매거나 민첩하게 변속을 못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프트 업과 다운에서 범위가 좁고 반응이 더뎠다. 운전대 뒤 기어변속장치인 패들 시프트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았다. 

    중형 세단인 CT5로 바꿔 타봤다. 전장(길이)이 170㎜ 길고 몸무게(공차중량)가 120㎏ 더 나가는 만큼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주진 못했다.

    똑같이 달렸으나 바깥쪽에서 코너로 최대한 붙은 뒤 다시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동선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타이어의 비명이 요란하게 들려오면서 접지력이 금방 한계에 다다랐다.

    최고 출력 240마력을 내는 2.0L 휘발유 엔진이 CT4와 같지만 10단 자동변속기와의 조합이 워낙 잘 맞는 덕에 질감이 부드럽다. 이 밖에 넉넉한 실내 공간, 10인치 화면과 소음을 줄이는 음파를 발생시키는 노이즈 캔슬링,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 등을 탑재해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였다.

    판매 가격은 CT4 4935만원, CT5는 트림(세부 모델)별로 5428만~5921만원이다. CT5의 경우 올 한 해 판매 예정 물량이 모두 소진되는 ‘완판(완전 판매)’을 기록했다.
  • ▲ 중형 세단인 CT5 ⓒ캐딜락
    ▲ 중형 세단인 CT5 ⓒ캐딜락